국내 빙과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유럽 시장이 새로운 성장처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에 수출하는 아이스크림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빙과업계는 식물성 제품을 앞세워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의 까다로운 유제품 규제에 대응하면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14일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 EU 아이스크림·빙과류 수출액은 2020년 18만2700달러(한화 약 2억7800만원)에서 2025년 344만9500달러(약 52억6000만원)로 약 19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 물량도 48.7톤(t)에서 985.2t으로 20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유럽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시장의 성장 한계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아이스크림 소매시장 규모는 2015년 2조184억원에서 2024년 1조4864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시장 규모도 1조41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10여 년 간 시장 규모가 30% 이상 줄어든 것이다.
유럽 시장은 미국이나 동남아시아보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유성분이 포함된 아이스크림은 동물성 원료가 포함된 복합식품으로 분류될 수 있어 수입 요건이 까다롭다. EU는 복합식품에 사용되는 동물성 원료가 EU가 승인한 시설에서 생산돼야 하고, 수출국과 원료별 승인 여부, 잔류 물질 관리 계획, 동물 위생 요건 등을 따진다. 유제품과 계란 성분은 EU가 정한 위험 저감 처리 요건도 적용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미국보다 식품 규제와 인증 절차가 훨씬 까다로운 시장"이라며 "유제품이 포함된 식품은 원료와 생산 시설, 위생 기준 등을 세밀하게 검증하기 때문에 현지 시장에 맞춘 제품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대표적인 기업은 빙그레(005180)다. 빙그레는 대표 제품인 메로나의 유성분을 식물성 원료로 대체해 2023년부터 네덜란드·독일·영국·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빙그레에 따르면 식물성 메로나 매출(수출 기준) 중 유럽 지역 비중은 24.4%에 달한다.
현재 식물성 메로나는 프랑스 카르푸와 영국 코스트코, 독일 네토, 이탈리아 코나드 등 유럽 주요 유통 채널에 입점해 있다. 빙그레는 지난해 10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 아누가(ANUGA)에서 신제품 식물성 붕어싸만코를 선보이는 등 제품군도 확대하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유럽 지역 냉동 제품 수출은 2023년 이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지난해에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현재는 식물성 메로나·붕어싸만코를 중심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했다.
롯데웰푸드(280360)도 식물성 제품을 앞세워 유럽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식물성 아이스크림 연구·개발(R&D)에 착수한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아누가에서 식물성 국화빵을 선보였고, 이를 중심으로 유럽 시장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유럽은 한국산 유제품에 대한 수입 제한이 있어 수출이 쉽지 않은 시장"이라며 "현재는 식물성 국화빵 수출을 시작한 단계"라고 했다. 이어 "소비자 반응에 따라 점차 저변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