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의 핵심 계열사 삼양사(145990)가 향료 기업을 인수하고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손잡고 티셔츠를 출시하는 등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설탕·밀가루 중심의 전통 식품 소재 기업 이미지를 벗고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사업 강화에 나서는 한편, 이름이 비슷한 삼양식품(003230)에 가려진 기업 정체성을 알리려는 시도로 풀이됩니다.

삼양사는 1924년 설립된 삼양그룹의 모태 기업으로 식품과 화학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대표 식품 브랜드 '큐원'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이름까지 같아 불닭 브랜드로 유명한 삼양식품과 혼동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전혀 다른 회사입니다.

삼양그룹 본사 전경. /삼양그룹 제공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양사는 최근 일본 5대 향료 기업으로 꼽히는 소다아로마틱을 약 39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삼양그룹의 첫 일본 기업 인수이자, 식품 사업 부문에서 인수·합병(M&A)으로 해외 거점을 확보한 첫 사례입니다.

소다아로마틱은 식품 향료와 향수·화장품용 향장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입니다. 일본과 중국, 대만,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5개국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으며 고객사만 1000여 곳에 달합니다.

삼양사는 이번 인수를 통해 설탕, 밀가루, 전분당 등 기초 소재 중심의 식품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스페셜티 사업으로 분류되는 향료와 향장 사업까지 외연을 넓힌다는 전략입니다. 단순 식품 소재 공급을 넘어 맛, 식감, 향까지 설계하는 종합 설루션 기업으로 진화한다는 목표입니다. 소다아로마틱이 보유한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를 알룰로스, 식이섬유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삼양사가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 속에서도 스페셜티 사업 확대와 브랜드 알리기에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삼양사는 지난해 설탕 가격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고, 밀가루와 전분당 가격 담합 의혹으로도 조사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역성장하며 외형과 수익성 부담도 커진 상황입니다.

설탕과 밀가루는 오랜 기간 삼양사의 성장을 이끌어온 핵심 사업입니다. 하지만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규제 리스크도 커지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회사가 알룰로스, 식이섬유, 퍼스널케어 소재 등 스페셜티 사업 육성에 공을 들이는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삼양그룹은 지난 수년간 스페셜티 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2017년 퍼스널케어 소재 기업 KCI를 시작으로 2021년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 원료 기업 엔씨켐, 2023년 글로벌 퍼스널케어 소재 기업 버든트, 작년에는 루브리졸 엘멘도르프 등을 연이어 인수했습니다. 이번 소다아로마틱 인수 역시 스페셜티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의 연장선으로 평가됩니다.

삼양그룹과 무신사가 협업해 만든 반소매 티셔츠 '스페셜티'. /삼양그룹 제공

사업 체질 전환과 더불어 기업 이미지 재정비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삼양이라는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상당수 소비자는 삼양사보다 불닭볶음면의 삼양식품을 먼저 떠올립니다. 사업 구조를 바꾸는 것만큼이나 삼양사라는 기업 자체를 알리는 작업도 중요해졌다는 평가입니다.

최근에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협업해 한정판 티셔츠 '스페셜티'를 선보였습니다. '보통 티가 아니다 스페셜티다' '라면 먹을 때 입으면 안 되는 티' 등 자사 사업과 소비자들의 오인 인식을 활용한 문구를 담은 티셔츠 11종을 제작했습니다.

이번 협업은 지난해 공개한 기업 광고에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광고 댓글에는 '라면 만드는 그 회사 아니냐' '스페셜티의 티가 차(Tea)인 줄 알았다' '티셔츠를 출시하면 사겠다' 등 반응이 이어졌고, 회사는 이를 실제 상품으로 구현했습니다.

지난해 삼양그룹은 창립 100주년을 맞아 배우 박정민을 모델로 발탁한 '스페셜티'편 기업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식품·화학·의약 바이오 등 핵심 사업을 대중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하고, 삼양식품과 혼동하는 소비자 인식을 유쾌하게 풀어내 주목받았습니다.

해당 광고는 누적 조회수 6600만회를 돌파했습니다. 이후 공개한 MBTI(성격유형검사)를 활용한 기업 광고 역시 누적 조회수 1억2000만회를 넘기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올해 4월에는 자체 화장품 브랜드 어바웃미를 무신사 뷰티에 입점시키는 등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최근 브랜딩 강화 행보가 공정위 제재 등 특정 이슈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합니다. 삼양사 관계자는 "회사가 직면한 이슈에 대해서는 필요한 개선 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브랜드 인지도 개선과 이해관계자와의 소통도 중요한 과제인 만큼 이번 광고 캠페인은 특정 이슈와 무관하게 그룹의 중장기 브랜드 전략에 따라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활동"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양그룹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고객 맞춤형 설루션을 기반으로 스페셜티 사업을 지속적인 성장 전략으로 추진해 왔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스페셜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