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피자헛의 새로운 가맹본부인 'PH코리아'가 지난 1일 공식 출범하며 브랜드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PH코리아 체제가 브랜드 정상화로 이어지려면 가맹점주들과의 실질적인 상생안 마련과 점포 수익성 개선, 할인에 의존하지 않는 브랜드 경쟁력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PH코리아는 지난 3월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영업양도 허가를 받았다. 이어 5월 말 영업양수도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국내 피자헛 사업은 PH코리아 체제로 넘어갔다. 기존 한국피자헛 법인은 회생 및 청산 절차를 맡고, PH코리아가 국내 피자헛 브랜드 운영과 가맹사업을 이어가는 구조다.
PH코리아는 윈터골드와 케이클라비스인베스트먼트가 국내 피자헛 브랜드 운영을 위해 설립한 합작 회사다. 경영 일선에는 윈터골드를 이끄는 조원홍 대표가 PH코리아 이사회 의장으로, 김정은 전 한국피자헛 영업총괄 상무가 초대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조 의장은 현대자동차 마케팅 총괄 최고책임자(CMO)를 지낸 인물로, 현대차 브랜드 고급화와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및 안착에 관여한 경험이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김 대표이사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23년간 현장 경험을 쌓아온 식음료(F&B) 전문가다. PH코리아는 현장 경험과 브랜드 재건 역량을 앞세워 가맹점 중심의 운영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 새 본부 출범하며 점주들과 상생안 협의 중
새 가맹본부 출범으로 영업 중단 우려는 낮아졌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가맹점주들과의 실질적인 상생안 도출이다.
앞서 한국피자헛은 가맹점주들이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한국피자헛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가맹점주들에게 받은 차액가맹금 215억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원·부자재를 공급하면서 적정 도매가격을 넘겨받는 일종의 유통 마진이다. 법원은 가맹점주와 가맹본부 사이에 차액가맹금 수령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PH코리아 측은 "차액가맹금 관련 논란은 가맹사업법상 계약서 기재 의무가 정비되기 전 체결된 일부 계약에서 발생했으며, 이후 체결된 신규 계약에는 관련 조항이 반영돼 법적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이와 별개로 새 가맹본부 체제에서 점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상생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항은 점주들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피자헛의 시장 위상을 회복하는 것도 숙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피자헛 매출은 748억4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0%가량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점포의 매출과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상권별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식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라며 "배달 중심 소비가 굳어진 상황에서 주문 채널, 배달 품질, 매장 운영 비용을 함께 관리하지 못하면 가맹점의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 '반값 피자'만으로는 한계… 브랜드 재건 필요
PH코리아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가격 경쟁력이다. 피자헛은 6월 한 달간 대표 메뉴인 수퍼슈프림을 대상으로 '반값다 피자헛'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평일 포장 주문에는 50%, 배달 주문에는 40% 할인 혜택을 적용하고, 주말에는 포장 1+1 및 배달 L+M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할인은 주문량을 방어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고물가로 외식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즉각적인 가격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할인만으로는 수익성 회복이 어렵다는 점이다. 할인은 단기적으로 주문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만, 가맹점의 실제 이익을 개선하는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특히 회생 절차를 거친 브랜드가 과도한 가격 할인에 의존할 경우 소비자에게 '싸게 사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굳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를 붙잡되, 장기적으로는 제품 품질과 메뉴 경쟁력, 주문 편의성, 배달 서비스, 매장 경험을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며 "과거의 브랜드 인지도에 기대기보다 변화한 소비 환경에 맞는 새로운 단골 고객층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