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마무리되면서 그동안 사실상 멈춰 있었던 배달앱 수수료 규제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둘러싼 후속 논의가 재개되는 가운데, 사회적 대화 기구를 통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입법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러스트=챗gpt

9일 정치권·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배달앱 수수료 문제 관련 후속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이날 조선비즈에 "오늘(9일) 앞으로의 진행 상황과 관련한 실무적인 회의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방선거 국면으로 잠시 멈췄던 논의를 다시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그동안 정치권이 소상공인 부담 요인으로 지목해 온 대표적인 사안이다. 배달앱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부담은 커졌지만 플랫폼이 중개수수료와 광고·배달비를 결정하는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이를 법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엔 중개수수료 상한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다수 계류돼 있다. 이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정치 일정과 지방선거 국면 속에서 관련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앞서 지난 4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배달 플랫폼과 소상공인 단체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를 통해 자율적인 해법 마련을 시도했다. 그러나 수수료 체제 개편과 부담 분담 방식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가 이어지면서 뚜렷한 결론·합의엔 이르지 못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에도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배달 플랫폼 사업자뿐 아니라 외식업계와 배달전문점 등 업종별 이해관계가 달라 요구 사항이 엇갈리고 있는 탓이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배달 시장은 소비자와 라이더, 입점업주, 플랫폼 사업자가 연결된 다면시장 구조"라며 "특정 수수료만 인위적으로 제한할 경우 소비자 배달비 인상이나 광고 상품 확대 등 예상치 못한 영역에서 비용 부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배달앱이 사실상 필수 판매 채널이 된 만큼, 자영업자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 붙어있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스티커. /뉴스1

여기에 배달 플랫폼을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도 변수로 꼽힌다. 현재 공정위는 배달 플랫폼의 공정거래법 위반 의혹을 심사하고 있다. 또 쿠팡이츠가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도 별도로 심의 중이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자발적인 시정 방안을 제시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가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적인 상생 방안을 인정할 경우 향후 규제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현재는 공정위의 관련 사안 처리 결과가 가장 큰 변수"라며 "온라인 플랫폼 전반에 대한 입법은 국제 통상 이슈 등으로 당장 빠르게 추진되기는 쉽지 않지만, 수수료와 광고비 등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구조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는 필요하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해결이 우선이지만,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수수료 상한제 입법 논의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하는 만큼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선거도 끝난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를 재개해 입법 대신 접점을 찾아야 할 때"라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배달앱 수수료 정책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공약으로 제시했던 사안인 만큼, 정책·제도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율 규제 여부를 지켜보겠지만, 자율 규제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입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물가·고환율 시대에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시장 기능과 비용 구조를 함께 고려한 제도적 논의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