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이 국내 식품업계에 뜻밖의 특수를 안기고 있습니다. 황 CEO가 한국에서 먹고 마시는 모습이 국내를 넘어 해외 언론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관련 제품 판매가 늘고 브랜드 인지도까지 높아지고 있어서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고깃집에서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겹살에 소맥(소주·맥주) 회동을 하며 시민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있다. 이날 제공된 간식 제품엔 HBM칩, 바나나맛 우유와 비락식혜 등이 포함됐다. /뉴스1

8일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자사와 SK하이닉스(000660)가 협업해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콘셉트로 출시한 스낵 '허니바나나맛 HBM칩' 매출은 지난 6~7일 기준 전주 같은 요일 대비 704% 증가했습니다. 특히 황 CEO가 시민들에게 이 제품을 나눠준 직후인 6일 일매출은 전주 같은 요일 대비 766%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HBM칩 검색량도 160배 급증했습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HBM칩은 한정 기획 상품인데, 추가 생산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했습니다.

시민들에게 함께 나눠줬던 빙그레(005180)의 바나나맛 우유와 팔도의 비락식혜의 6일 기준 세븐일레븐의 일매출은 전주 같은 요일 대비 각각 12%, 13% 늘었습니다.

앞서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의 한 삼겹살집에서 황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이른바 '삼쏘(삼겹살+소주) 회동'을 가졌습니다. 이후 BBQ 홍대입구점을 찾아 황금올리브치킨과 생맥주 등을 즐겼고, 시민들에겐 HBM칩과 바나나맛 우유, 비락식혜 등을 나눠줬습니다. 주말엔 남대문시장 칼국숫집과 종로구 삼계탕집, 을지로 평양냉면 식당 등을 방문해 한국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 잇따라 포착됐습니다.

현재 황 CEO가 방문한 매장엔 '성지순례' 현상이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국내외 방문객들이 황 CEO가 앉았던 자리와 주문한 메뉴를 묻거나 매장에 남기고 간 사인 등을 인증사진으로 남기고자 매장을 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치킨 브랜드 BBQ 운영사 제너시스BBQ그룹(이하 BBQ)에 따르면 황 CEO가 방문한 BBQ 홍대입구점의 지난 5~7일 매출은 전주 같은 요일 대비 20% 이상 늘었습니다.

특히 지난 7일 황 CEO가 프로야구 시구에 나섰던 잠실야구장에선 엔비디아 측이 단체 관람석에 BBQ 메뉴 '크런치 순살 크래커' 113박스를 주문했습니다. BBQ 관계자는 "현재 (황 CEO가 총수들과 먹은 메뉴나 야구장에 시킨 메뉴 등) 관련 세트 메뉴와 프로모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 삼성동 깐부치킨 매장에서 황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 등이 주문한 메뉴를 묶어 'AI 세트'로 출시한 것과 유사한 흐름입니다.

일러스트=챗gpt

이처럼 황 CEO가 소비한 제품과 방문한 장소가 주목받는 배경엔 그의 글로벌 영향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외신들도 이번 방한 기간 황 CEO의 행보를 주요 뉴스로 다뤘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방한을 엔비디아의 한국 시장 대상 '매력 공세(Charm push)'라고 평가하면서 TV프로그램 출연과 프로야구 시구,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삼겹살 회동, HBM칩과 음료 배포 등을 비중 있게 소개했습니다. 인공지능(AI) 산업을 대표하는 인물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되면서 그가 먹고 마신 음식과 제품들도 자연스레 글로벌 소비자에게 노출된 셈이죠.

식품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기 위해 적잖은 비용을 투입해야 했지만, 지금은 영향력 있는 인물의 실제 소비 장면이 더 큰 화제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명인이 무엇을 먹고 어디를 방문했는지가 알려지면, 소비자들은 자신도 그 경험을 해보고 싶어 한다. 특히 자신도 어렵지 않게 해볼 수 있는 경우에 그 경향이 더 커진다"며 "같은 메뉴를 먹고 같은 공간을 방문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되기 때문에 관심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