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6월 4일 오전 5시 21분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단백질 음료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식품업계의 '초고단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 병에 단백질 60g을 담은 제품까지 등장했다. 이는 일반 성인 기준 하루 권장 섭취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건강을 위해 출시한 제품이지만 오히려 단백질 과다 섭취에 따른 신장 부담 등 부작용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단백질 RTD(컵 음료) 시장에서는 단백질 함량을 높인 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한 병(450mL)에 단백질 60g을 담은 '테이크핏 익스트림'을 올리브영 온라인몰에 선출시했다. 기존 단백질 최다 함량 제품은 지난 4월 출시된 랩노쉬의 '프로틴 드링크 맥스'(400mL)로 단백질 함유량이 52g이었다.
매일유업은 지난달 한 병(350mL)에 단백질 45g을 담은 '셀렉스 프로핏 SPORTS 와일드 초코'를 출시했고, 오리온도 지난해 단백질 40g이 들어간 '닥터유PRO 단백질드링크 40g'(350mL) 제품을 선보였다.
단백질 음료 시장은 운동과 다이어트,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 확산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단백질 함량을 제품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차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단백질 함유량 40g 이상의 고단백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영양 성분에 대한 관심이 과거보다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고함량 제품 수요도 늘어났다"며 "적은 용량 제품 여러 개를 마시는 것보다 한 번에 필요한 양을 섭취하려는 수요가 생기면서 고단백 제품 시장이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 경쟁은 '얼마나 많은 단백질을 담았느냐'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백질 함량을 높이는 기술 자체보다 고함량에서도 특유의 비린내나 텁텁한 맛을 줄이는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단백질 함량을 높이는 것 자체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단백질을 많이 넣으면서도 소비자가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도록 맛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출시되는 일부 제품의 단백질 함량이 일반 성인의 하루 권장 섭취량에 육박하거나 이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한국영양학회와 보건복지부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성인의 단백질 권장 섭취량은 체중 1㎏당 약 0.9g 수준이다. 체중 60㎏ 성인이라면 하루 약 54~60g 정도가 권장된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단백질 60g 음료는 한 병만으로도 일반 성인의 하루 권장량을 사실상 채우는 수준이다. 여기에 일반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단백질까지 고려하면 과잉 섭취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초고단백 제품이 일반 소비자보다 고강도 운동을 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라고 설명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단백질 시장도 중단백, 고단백 등 세분화되고 있으며 제품별로 타깃 소비층이 다르다"며 "40g 이상, 특히 50g이 넘어가는 초고함량 제품들은 식사 대용이 아니라 고강도 운동을 즐기는 소비자를 위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반 소비자가 단순히 '단백질이 많을수록 건강에 좋다'고 인식하고 반복적으로 섭취할 경우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성인 기준 하루 권고되는 단백질 섭취량은 체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0~70g 정도"라며 "운동을 하면서 단백질 음료를 마시는 사람도 결국 일반 식사를 통해 단백질을 추가로 섭취하기 때문에 하루 총 섭취량이 상당히 과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사람은 과도한 단백질 섭취가 신장에 부담을 줘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경도의 신장 기능 저하는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은 과도한 단백질 섭취가 아미노산 불균형, 당뇨,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 등과 연관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고강지 교수 연구팀도 2020년 체중 1㎏당 하루 1.5g 이상의 단백질을 장기간 섭취하는 고단백 식이가 신장 기능 저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초고단백 제품에 대한 별도 안내 필요성도 제기됐다. 강 교수는 "기존 단백질 음료는 15~25g 수준으로 한 끼에 필요한 단백질을 보충하는 정도여서 특별한 경고 문구가 필요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60g은 지나치게 많은 양인 만큼 섭취 대상이나 주의사항을 안내하는 문구가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건강에 좋은 성분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쉽다"며 "단백질 역시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개인의 체중과 운동량, 건강 상태에 맞는 적정 수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025 영양소 섭취기준'에서 "최근 보충제나 건강기능 식품 등을 통한 단백질·아미노산 섭취가 증가하고 있고 과다 섭취에 따른 부작용 연구가 일부 보고되어 있다"며 "다만 현재까지 안전 기준을 설정할 만한 충분한 근거는 부족하다. 단백질 및 아미노산 과잉 섭취에 따른 대사 변화와 임상적 결과를 분석하는 연구도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