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은 팔로워 수가 많아도 콘텐츠가 늘 재미있어야만 성과가 나오는 곳입니다. 그래서 영상을 올릴 때마다 매번 긴장이 되지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건강한 생태계이기도 합니다. 저 또한 틱톡의 이런 차별점을 활용해 성장할 수 있었던 만큼 앞으로도 저만의 '낯선 새로움'을 만들어내며 케이(K)푸드를 알리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소통의 속도가 생명인 숏폼(Short-form) 생태계에서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한국인 크리에이터가 있다. 독창적인 한식 콘텐츠로 틱톡(TikTok) 팔로워 300만명을 보유한 푸드 크리에이터 '쿠킴(Cookim·김정호씨)'이다. 그는 해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음식을 직접 요리하는 콘텐츠를 통해 외국인 시청자들에게 K푸드를 친숙하게 소개하며 주목받았다. 이러한 영향력을 인정받아 그는 지난 2024년 틱톡 어워즈에서 '올해의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틱톡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김씨는 단순히 재미있는 영상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한식을 어떤 방식으로 세계에 전달할지 고민하는 크리에이터였다. 그는 "한식에 관해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싶다"며 "국내에 계시는 명인분들을 찾아 그분들이 무엇을 어떻게 만드는지, 숨은 스토리와 요리에 대한 철학까지 깊이 있게 풀어내고 싶다"고 했다.
전업 크리에이터가 되기 전 김씨의 직업은 요리와는 거리가 있다. 어린 시절 엘리트 핸드볼 선수로 활동했던 그는 운동을 그만둔 뒤 여러 차례 수능에 도전해 교대에 입학했고, 식비를 아끼기 위해 직접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수년 동안 요리를 하면서 내공이 쌓였고, 대학 재학 중 한국어 교육 회사에서 비디오 에디터 및 콘텐츠 기획자로 일한 경험이 크리에이터로 성장하는 결정적 기반이 됐다.
김씨가 만든 첫 영상은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발라 먹는 것이었다. 2022년 8월 올린 이 영상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수개월간 올린 다른 영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023년 임용고시를 앞두고 있었다. 일정 기간 안에 성과가 없으면 콘텐츠 제작을 접고 시험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데드라인도 정했다.
그런데 그 시점을 불과 2~3일 앞두고 올린 '명랑핫도그' 영상이 바이럴됐다. 자고 일어나면 팔로워가 1만명, 2만명씩 늘었다. 이후 댓글 요청에 따라 호떡, 타코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었고, 본격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최근 그는 떡볶이나 김치 같은 대중적인 메뉴를 넘어 전통 장(醬) 문화를 알리는 등 한식의 깊이 있는 원재료와 철학을 다루는 데 집중하고 있다. 쑥으로 만든 찐빵, 김부각 등을 소개하는가 하면 김치를 직접 담그고, 참기름을 짜고 고추장도 만든다. 김치를 담그는 영상은 틱톡에서만 5000만뷰, 제육 타코 영상은 7000만뷰를 넘었다. 그는 "외국인에게 한식을 알려주는 한식 선생님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여러 플랫폼 중 틱톡 팔로워가 가장 많다. 처음부터 틱톡에만 집중했나.
"영상을 다양한 플랫폼에 동시에 올렸다. 세로형 영상이라는 형식이 같으니까 만드는 김에 다 올리는 게 크리에이터에게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채널마다 색깔이 다르고 시청자가 원하는 것이 달랐다. 다른 플랫폼은 영상 중간의 빈틈을 견디지 못하거나 감성적인 비주얼에 치중돼 있었다. 반면 틱톡은 조금 더 극단에 있는 느낌이었다. 철저히 기획해 초반 3초 안에 시청자를 압도하거나, 가공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콘텐츠가 반응이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기에는 틱톡이 가장 맞겠다고 생각했다."
ㅡ전업 크리에이터로 전향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취미로 시작했다. 식사를 준비할 때 카메라를 켜두고 짬 나는 시간에 편집해서 부담이 적었다. 반응이 없던 초기에도 취미였기에 지속할 수 있었다. 핫도그 영상이 뜨니까 댓글이 많이 달렸고 '이런 것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러면 그 음식에 대해 공부하고 영상을 만들었다. 틱톡에 댓글에 영상으로 답장하는 기능이 있는데, 그 기능을 활용했더니 반응이 좋았다. 사람들이 또 요청하고, 영상을 만들고, 다시 요청이 이어졌다. 그러다 광고도 들어오고 틱톡에서 크리에이터 리워드 시스템도 생겼다. 그 시스템이 영상을 계속 만드는 힘이 됐다."
ㅡ한식 콘텐츠를 깊게 파고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인이고 한식을 좋아하니까 한식 영상을 많이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을 하는 사람'이라는 캐릭터가 잡혔다. 이후 저를 레퍼런스로 삼는 크리에이터들도 많이 생겼다. 그러자 나와 다른 사람의 차이가 무엇일지 생각하게 됐다. 영상 스타일이나 말하는 방식도 차별점이지만, 무언가가 더 필요할 것 같았다. 남들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크리에이터를 그만두더라도 내가 정말 배우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했다. 그러다 전통 장(醬)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식의 베이스는 장맛이라고 하지 않나. 배우고 싶은 것을 따라가다 보니 남들과 차별화되는 지점도 생겼다."
ㅡ외국인 시청자에게는 장이나 참기름 같은 소재가 낯설 수 있다. 한식의 깊이 있는 원재료를 다룰수록 대중성 면에서는 불리하지 않을까.
"실제로 사람들에게 얼마나 익숙한 소재인가에 따라 트래픽 격차가 커진다. 외국인에게 친숙한 떡볶이 영상은 이탈 없이 쭉 시청하지만, 생소한 장이 나오면 넘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장은 한식의 기본이자 꽃이다. 게다가 해외 시청자들이 나를 단순한 먹방 크리에이터가 아닌 '한식 선생님'처럼 생각해 주기 시작하면서 책임감이 생겼다. 떡볶이, 김치, 불고기를 넘어 더 다양하게 한식의 외연을 넓혀주고 싶다. 남미나 유럽처럼 고춧가루나 배추를 구하기 어려운 환경의 현지 시청자들이 직접 영상을 보고 김치를 만들기도 했는데 그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ㅡ콘텐츠를 기획하고 소재를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우선 내가 알리고 싶은 메시지를 최대한 알리려고 한다. 장 같은 경우도 한식에서 정말 중요하니까 널리 알리자는 생각으로 만든다. 또 다른 기준은 특정 소재를 레퍼런스로 삼되 따라 하지는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쑥으로 만든 찐빵은 말차를 레퍼런스로 삼았다. 해외에서는 동양의 초록색 식재료를 떠올리면 말차를 먼저 생각할 수 있다. 익숙한 것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새로운 것을 보면 낯선 새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때 신선하다, 충격적이다, 계속 봐야겠다는 반응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ㅡ데이터를 기반으로 영상 기획을 정교화한다고 들었다.
"크게 두 가지 지표를 반영한다. 첫째는 '초반 이탈률'이다. 영상의 초반 품질과 시청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지표다. 어떤 방식으로 시작했을 때 사람들이 안 나가는지 연출 기법 등을 데이터로 축적해 나간다. 둘째는 시청 국가 및 도시 데이터다. 다른 플랫폼도 시청 국가 데이터는 제공하지만, 도시 데이터까지 제공하는 것은 틱톡이 유일하다.
예를 들어 제육볶음으로 타코를 만드는 영상을 올렸을 때 멕시코보다 미국에서 많이 봤다. 구체적으로는 뉴멕시코, 텍사스, 애리조나 등 남서부 국경 지역 도시들에서 트래픽이 집중된다. 쌀을 활용한 요리를 올리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쌀 소비 국가에서 많이 본다. 어떤 소재를 활용했을 때 어떤 국가가 타깃이 되는지 데이터를 보며 쌓아가고 있고 이를 기획 단계부터 반영한다."
ㅡ틱톡의 알고리즘 시스템이 건강하다고 평가한 이유는 무엇인가.
"틱톡의 추천 피드 시스템은 기존 팔로워 수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아무리 대형 계정이라도 콘텐츠의 몰입도가 떨어지면 노출량이 떨어진다. 크리에이터 개인에게는 매 순간 성적표를 받는 듯한 긴장감을 주지만, 신규 진입자에게 대형 크리에이터와 동일 선상에서 경쟁할 기회를 준다. 이 구조 덕분에 크리에이터들은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트렌디하고 창의적인 영상을 고안해 낸다. 창작을 지속하게 만드는 보상 체계도 확실하다. 올해 4월부터 한국 거주 성인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한국어 콘텐츠 리워드를 2배 확대하는 '크리에이터 리워드 프로그램 2X'가 도입되는 등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ㅡ새로 시작하는 후배 푸드 크리에이터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
"레퍼런스를 삼되 카피는 하지 말라는 것이다. 초기에 방향성을 잡기 위해 타인의 영상을 참고하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완전히 똑같이 복제한다면 오리지널을 이길 수 없다. 타인의 강점을 내 스타일로 온전히 재해석하는 독창성이 필수다. 또 시작은 반드시 취미로 접근하라고 권하고 싶다. 크리에이터는 댓글 수, 좋아요 수, 조회수라는 성적표를 바로 받게 되는데 초기에는 숫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나 또한 초기에 취미로 즐기면서 콘텐츠를 만들었던 경험이 정말 소중하다.
또 모든 사람이 트렌드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트렌드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할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독창적으로 풀어내면 틱톡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ㅡ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한식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다. 콘텐츠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요리 학교에 들어가려고 계획하고 있다. 현장 경험이 있다면 한식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으로도 한식 관련 영상을 계속 올릴 것이다.
특히 원재료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싶다. 예를 들면 김이나 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한국에 계신 전통 명인들이 어떤 것을 만들고 그 속엔 어떤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지를 알리고 싶다. 요리뿐만 아니라 요리에 대한 철학까지 담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