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흰우유 소비가 줄고 수입산 멸균우유 판매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유업계가 단백질·식물성·기능성 제품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남양유업은 여전히 우유·분유류 매출 비중이 높은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이유가 주목된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28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기준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전년(25.3㎏) 대비 9.5% 감소했다. 흰우유 소비가 본격화한 1980년대 후반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저출산과 식습관 변화, 커피·탄산·식물성 음료 등 대체재 확대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올해부터 미국과 유럽연합(EU)산 멸균우유가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다.

시장 환경이 바뀌자 주요 유업체들도 우유 외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매일유업(267980)은 단백질 브랜드 '셀렉스'와 식물성 음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일유업의 기타 부문 매출 비중은 2023년 38.5%, 2024년 39.8%로 꾸준히 늘면서 지난해 40.5%를 기록해 처음으로 40%를 넘었다. 2021년 16.4%와 비교하면 24%포인트(p) 이상 늘었다.

서울우유협동조합 역시 A2우유와 저탄소우유 등 프리미엄 제품 확대와 함께 발효유·치즈·디저트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비요뜨와 그릭요거트, 치즈 등 가공품 비중도 늘리는 추세다. 서울우유의 발효유 부문 매출은 2023년 1595억원, 2024년 1764억원, 2025년 1874억원으로 늘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발효유 부문이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올해는 매출 약 2000억원대 진입을 가시권에 두고 있다"고 했다.

반면 남양유업은 우유·분유류 비중이 오히려 확대됐다. 남양유업의 우유·분유류 매출 비중은 2023년 70.1%에서 2024년 71.9%, 지난해 75.1%까지 상승했다. 전체 매출 중 우유류 비중도 2023년 51.1%, 2024년 52.6%, 지난해 54.0%로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체질 전환 속도가 경쟁사 대비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양유업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현 대주주인 한앤컴퍼니와 과거 대주주인 홍원식 전 회장 측 간 소송이 이어지며 조직 안정화와 지배구조 이슈 해결에 상당한 시간을 소모했다. 경쟁사들이 단백질·식물성·기능성 제품 확대에 집중하는 동안 남양유업은 경영 정상화와 비핵심 사업 정리 등 구조조정에 무게를 둬왔다.

다만 업계에서는 원유 쿼터제가 모든 유업체에 공통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단순히 남양유업만의 전략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유업계 특성상 '원유 쿼터제'가 존재해 흰우유 소비가 줄어도 일정 물량 이상의 원유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유 쿼터제는 2002년 도입된 제도로 다수의 낙농가와 소수의 유업체 간 불균형 구조에서 과잉 공급이 이어지고 유업체가 원유 가격을 사실상 결정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됐다. 낙농가의 생산량을 조절하고 적정 수취 가격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쿼터제로 인해 현재 유업체들은 일정 물량의 원유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소비 감소에 맞춰 우유 비중을 바로 줄이고 싶어도 기업이 자체적으로 쉽게 조절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남는 원유는 단백질 음료나 발효유, 가공유 등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원유 쿼터제가 현재 유업계 전반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 감소에도 계약 물량을 유지해야 하다 보니 남는 원유를 탈지분유 등으로 전환해 재고로 보관하는 사례 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와 업계는 용도별 원유 구매 물량 조정 논의에 들어간다. 낙농진흥회는 소위원회를 구성해 다음 달 1일부터 약 한 달간 원유 물량과 용도별 배분 구조 조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남양유업도 최근 단백질 브랜드 '테이크핏' 확대와 락토프리·저당 제품 강화, 해외 채널 확대 등 사업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멸균우유와 분유 수출이 늘면서 우유·분유 비중이 상대적으로 확대돼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테이크핏 등 기타 제품군의 해외 사업도 본격 확대되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