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매각을 추진하면서 국내 배달앱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고됐다. 배민은 국내 음식 배달앱 1위 사업자인 동시에 배달 인프라와 음식점·소비자 데이터를 보유한 플랫폼이다. 새 주인이 정해질 경우 국내 배달시장의 경쟁 축은 단순한 음식 배달을 넘어 멤버십·결제·광고·퀵커머스를 묶는 '슈퍼앱' 경쟁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그래픽=손민균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H는 최근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우아한형제들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는 약 8조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인수 후보로는 우버와 도어대시, 알리바바 등 해외 플랫폼 기업과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전략적 투자자, 사모펀드 등이 언급된다.

이 가운데 우버가 DH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인수전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우버는 최근 DH 지분을 19.5%까지 늘리고, 추가로 5.6%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옵션도 확보했다. 우버가 직접 매수자로 나설 경우 DH의 주요 주주이면서 동시에 DH가 보유한 핵심 자산을 사들이는 매수자가 된다. 이 때문에 배민 매각 가격과 절차의 독립성을 둘러싼 이해상충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네이버도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네이버는 배민 인수설에 대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경우 배민은 네이버의 검색·지도·예약·결제·멤버십과 결합할 여지가 있다"라며 "소비자가 네이버에서 음식점을 검색하고, 네이버지도에서 위치와 리뷰를 확인한 뒤, 네이버페이로 결제하고, 배민을 통해 배달받는 구조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쿠팡과의 커머스 경쟁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쿠팡이 로켓배송과 와우 멤버십을 앞세워 쇼핑과 배달을 묶고 있는 만큼, 네이버도 검색·결제·멤버십에 즉시배송 역량을 더할 필요가 커졌다. 배민이 보유한 B마트와 배달 운영 인프라는 네이버가 상대적으로 약한 라스트마일(상품이나 음식이 물류 거점에서 최종 소비자에게 도착하기까지의 마지막 배송 구간) 영역을 보완할 수 있는 자산으로 평가된다.

우버나 도어대시 같은 글로벌 배달 플랫폼은 해외 시장에서 음식 배달과 라스트마일 배송 경험을 쌓아온 기업들이다. 배민을 인수하면 한국 시장에서 별도 브랜드를 키우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1위 사업자의 이용자 기반과 가맹점망을 확보할 수 있다.

알리바바 등 중국계 플랫폼이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점도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지만, 신선식품과 당일·즉시배송 영역에서는 한계가"라며 "배민을 확보할 경우 국내 이커머스와 퀵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계 자본에 대한 국내 정서와 개인정보, 플랫폼 지배력 논란은 부담 요인이다.

서울 시내 음식점에 배달앱 스티커가 붙어있는 모습. /뉴스1

◇매각가 8조원 달해…수수료 인상될 수도

배민 매각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이유는 배민이 더 이상 단순한 음식 주문 앱에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배민은 음식 배달을 기반으로 음식점 데이터, 소비자 주문 데이터, 배달 인프라, 광고 상품, 구독 서비스, 장보기·퀵커머스 사업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새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생활 소비 전반을 묶는 종합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다.

쿠팡이츠와 경쟁도 격화될 전망이다. 쿠팡이츠는 쿠팡 와우 멤버십을 앞세워 배달앱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배민이 새 주인을 맞아 투자 여력을 확보하면 양사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경쟁의 핵심이 무료배달과 할인 쿠폰이었다면, 앞으로는 멤버십 혜택, 결제 포인트, 광고 노출, 장보기 배송, 지역 상권 데이터까지 묶은 생태계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무료배달과 할인 쿠폰, 포인트 적립 혜택이 늘어날 수 있다. 새 주인이 이용자 이탈을 막고 쿠팡이츠의 추격을 견제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배민과 쿠팡이츠 등 소수 대형 플랫폼 중심으로 굳어지면서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8조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인수 대금을 감안하면 새 주인에게 수익성 개선은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인수 이후 투자금 회수 압박이 커질 경우 광고 상품 구조나 점주 대상 수수료 체계가 개편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배민의 새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국내 배달 시장은 생활 플랫폼 주도권 경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 매각은 국내 배달앱 시장의 2차전을 여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며 "1차전이 음식 배달 주문을 둘러싼 경쟁이었다면, 2차전은 배달앱을 누가 더 큰 생활 플랫폼으로 키우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