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서머 캐리백' 유해 물질 논란으로 소비자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던 스타벅스코리아가 약 4년 만에 다시 신뢰 회복 시험대에 올랐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부적절한 마케팅 문구를 사용한 논란이 대표이사 교체로까지 이어지면서다.

4년 전 훼손된 브랜드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출범했던 손정현 대표 체제가 또 다른 브랜드 리스크 속에 막을 내리면서, 스타벅스코리아의 내부 검수 체계와 위기관리 역량에도 물음표가 붙고 있다.

한 스타벅스 매장에 설치된 로고. /뉴스1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전날 오후 손정현 SCK컴퍼니 대표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그룹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책임자와 관계자 중징계를 지시했고, 행사 기획 담당 임원도 해임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스타벅스코리아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지난 18일 '책상에 탁!', '5.18 탱크데이' 등의 문구를 활용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논란이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공지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표현이 5·18민주화운동과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스타벅스코리아는 행사를 즉각 중단하고 사과에 나섰지만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스타벅스를 겨냥해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자 정 회장도 사과문을 냈다. 정 회장은 "5·18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렸다"며 "그룹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김수완 신세계그룹 부사장도 정 회장의 지시를 받고 이날 광주 5·18기념재단 오월기억저장소를 찾아 사죄의 뜻을 전하려 했지만, 5·18기념재단 등은 만남을 거부했다. 그는 정 회장이 5·18 관련 단체들에 사과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현재 정 회장은 해외에 체류 중이다. 그 부분은 향후에 말하겠다"고 답했다.

◇ 전문가들 "당연히 내부적으로 걸러졌어야 할 사안"

스타벅스코리아는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대형 논란이 반복되면서 브랜드 관리 역량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22년 서머 캐리백 사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22년 5월 10일부터 여름 e-프리퀀시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여행용 가방 형태의 증정품 '서머 캐리백'을 제공했다. 그러나 행사 진행 과정에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캐리백에서 오징어 냄새와 비슷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지속 제기됐다.

논란은 같은 해 7월 2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을 계기로 확산했다. 당시 자신을 산업연구원 산하 시험연구원이라고 밝힌 이용자가 서머 캐리백 시험 과정에서 1군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온라인을 통해 의혹이 확산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7월 28일 공식 사과문을 내고 검출 사실을 인정한 뒤 8월 11일 자발적 리콜에 착수했다.

지난 2022년 5월 서울 중구 태평로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에서 모델들이 '스타벅스 캐리백' 등을 포함한 '2022 여름 e-프리퀀시' 증정품을 공개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그러나 회사가 문제를 사전 인지하고도 즉각적인 사과와 회수에 나서지 않았다는 의혹이 뒤늦게 제기되면서, 사안은 단순 품질 하자를 넘어 '늑장 대응' 논란으로 번졌다. 같은 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스타벅스가 7월 11일 제조사로부터 폼알데하이드 검출 검사 결과를 통보받았고, 경영진이 늦어도 7월 13일 관련 내용을 인지했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또 7월 11일부터 공식 사과문을 낸 7월 28일까지 고객에게 배포된 캐리백이 약 15만개로 추산된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이후 신세계그룹은 정기 인사를 통해 송호섭 전 SCK컴퍼니 대표를 경질하고 손 대표를 새 대표로 임명했다. 그러나 손 대표 체제에서도 이번에 대형 마케팅 논란이 발생하면서, 스타벅스코리아는 약 4년 만에 다시 대표 해임 사태를 맞게 됐다.

이번 논란은 사전에 걸러졌어야 할 리스크가 소비자 접점에서 터졌다는 점에서 2022년 사태와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시즌·이벤트 마케팅은 실무자가 초안을 만들더라도 팀장 검토와 브랜드·운영 부서 승인 절차를 거치는 만큼, 민감한 표현이 전국 단위 프로모션으로 노출된 것은 검수 체계상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현재까지 실무 담당자 직급이나 참여 인원, 내부 승인 과정 등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사회적 정무 감각과 스크리닝 절차만 존재했어도 대형 브랜드에서 이 같은 논란이 여과 없이 노출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스타벅스코리아의 검수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실무자가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마케팅팀장, 사업부장, 대표이사 등 여러 단계에서 당연히 걸러졌어야 할 사안"이라며 "스타벅스처럼 대중적 영향력이 큰 브랜드라면 프로모션 문구와 테마를 사전에 검증하는 별도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도 "별도 소비자위원회 등을 구성해 광고나 마케팅 캠페인을 내보내기 전 문제 여부를 미리 점검하는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 수익성 둔화 속 돌발 위기... "조사 결과 투명하게 공개"

한편 스타벅스코리아는 실적 측면에서도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SCK컴퍼니의 지난해 매출은 3조238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30억원으로 9.3%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점포 수는 2115개까지 늘었지만, 출점 확대만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가 커피 브랜드의 공세도 부담이다.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등 2000~3000원대 커피 브랜드가 빠르게 점포망을 넓히면서 국내 커피 시장은 프리미엄과 가성비 브랜드로 양극화되고 있다. 스타벅스는 굿즈와 푸드 등을 강화하며 객단가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고환율과 원재료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발생 경위와 승인 절차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추후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