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1월 9일부터 소주와 맥주 등 주류 용기에 음주운전 금지 경고 그림과 문구 표기를 의무화하기로 하면서 주류업계가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다만 업계에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류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구매 심리에 미칠 악영향 및 이미 유통된 제품에 대한 현장 관리 부담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오는 11월 9일부터 주류 용기 및 광고에 음주운전 위험성을 알리는 문구·그림 표기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및 고시 개정안'을 시행합니다. 임신 중 음주 위험 경고 등 기존 문구에 더해 음주운전 금지 메시지를 추가하는 방식입니다.
복지부는 소비자들이 주류 제품과 광고를 접하는 과정에서 음주운전 위험성을 반복적으로 인식하도록 해 예방 효과를 높이겠다는 방침입니다. 적용 대상은 지난 3월 19일 이후 반출되거나 수입 신고된 주류입니다. 시행일 이전 반출·수입된 제품은 내년 5월 8일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6개월 유예 기간을 둘 예정입니다.
김한숙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술이 개인의 건강과 사회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음주로 인한 건강 피해와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정부가 경고 문구 노출을 강화하는 배경엔 음주운전이 여전히 반복적인 사회 문제라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1만351건으로 전년(1만1037건) 대비 6.6%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사망자는 121명으로 전년 대비 12.3% 줄었습니다. 다만 이 같은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년 1만건 안팎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 업계, 경고 문구·그림 추가 비용보다 소비 심리 변화 우려
주류업계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음주운전 예방과 경각심 제고 필요성엔 이견이 없다는 것이죠. 다만 업계가 신경 쓰는 부분은 경고 문구·그림으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화하면서 생길 소비 심리 변화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즐겁게 건강 관리)'와 저(低)도주·무알코올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주류 소비가 감소한 가운데 구매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탓입니다.
실제로 국내 주류 소비는 감소세입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15년 401만4872킬로리터(㎘)에서 2021년 321만4807㎘로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에는 315만1371㎘까지 감소했습니다. 10년 새 약 22% 줄어든 수준입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회식 문화가 줄고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젊은 소비자들의 음주 횟수가 줄었다. 저도주·무알코올 음료를 선택하는 분위기도 커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기존에도 보조 라벨 등을 활용해 온 만큼, 경고 그림을 추가하는 비용 부담은 제한적이다. 문제는 소비 심리"라고 했습니다. 주류업계 다른 관계자도 "젊은 세대일수록 술 자체를 취향 소비나 경험 중심으로 받아들인다"며 "강한 경고 이미지가 이들의 소비 심리와 브랜드 경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 "이미 시중에 풀린 주류는 어떻게"… 장기 보관 제품 관리도 과제
아울러 업계에서는 재고 관리 측면에서 정부가 일정 부분 유예 기간을 뒀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일부 장기 보관 제품이나 소규모 유통 채널에서는 적절한 관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위스키·전통주(증류주)처럼 장기간 유통되는 제품의 경우 이미 시중에 풀린 재고에 대한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입니다. 새 규정을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유예 기간이 있기 때문에 그 기간에 각 제조사가 시행 시점에 맞춰 문구나 그림 적용 방식을 준비하면 되는 상황"이라면서도 "이미 유통된 제품을 회수해 관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형 유통망이 아닌 일부 소규모 유통 채널에선 규제 적용 시점까지 관리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주류 수입업체 관계자는 "당분간은 기존 라벨 제품과 새 라벨 제품이 함께 유통되면서 현장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위스키처럼 장기간 보관 가능한 주류는 과거 수입 물량과 신규 물량 라벨을 구분해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 건강과 음주운전 예방 차원에서 경고 문구·그림 표기가 필요한 만큼, 업계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기술장벽(TBT) 협정 등을 고려해 6개월 유예 기간을 뒀고, 시행 이전 시장에 풀린 제품은 내년 5월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업계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개별 주종 특성과 유통 구조에 대한 현장 의견은 이미 들었지만, 모든 사안을 전부 반영하는 건 어렵다"며 "현장의 혼선을 줄일 수 있도록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