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가 영상 콘텐츠를 판매 채널로 활용하는 '비디오 커머스'를 키우고 있습니다. 비디오 커머스는 숏폼(짧은 영상)과 라이브 방송, 크리에이터 콘텐츠 등을 통해 상품을 노출하고, 시청자가 콘텐츠를 보는 과정에서 상품 발견과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만든 쇼핑 방식입니다.

과거 온라인 쇼핑이 검색창에 상품명을 입력하고 가격을 비교하는 검색형 쇼핑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콘텐츠를 보다가 필요한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하는 발견형 쇼핑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셈입니다.

280만 구독자를 보유한 먹방 크리에이터 나도가 소개한 에이블리의 두바이 쫀득쿠키 세트./유튜브 캡처

12일 유튜브와 틱톡 등 글로벌 영상 플랫폼은 물론 네이버 같은 국내 플랫폼 기업, TV홈쇼핑을 기반으로 성장한 유통사까지 영상 기반 커머스 강화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크리에이터와 시청자 간의 신뢰를 브랜드 로열티로 전환하고, 콘텐츠 플랫폼과의 기술적 연동을 통해 구매 문턱을 낮추는 전략입니다.

비디오 커머스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소비자 행동 변화가 있습니다. 목적 상품을 검색해 구매하는 검색형 쇼핑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상품을 발견하는 발견형 쇼핑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습니다. 마케팅 리서치 기업 칸타(Kantar)에 따르면 한국 시청자의 73%가 유튜브를 통해 구매 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었다고 답했고, Z세대 시청자층에서는 이 비율이 87%에 달했습니다. 다만 이는 유튜브만의 변화라기보다 영상 플랫폼 전반에서 나타나는 소비 행태 변화입니다.

◇ 홈쇼핑도 숏폼·라방 강화

다만 플랫폼별 접근 방식은 조금씩 다릅니다. 유튜브는 영상, 쇼츠 등 크리에이터 콘텐츠에 상품 태그를 붙여 외부 쇼핑몰이나 제휴사 구매 페이지로 연결하는 방식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유튜브 쇼핑 제휴 프로그램은 쿠팡, 올리브영,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에 이어 컬리, 퀸잇, 오늘의집까지 파트너사를 넓혔습니다. 지난 3월에는 알리익스프레스도 합류했습니다. 패션·뷰티 중심이던 상품군이 푸드, 리빙, 해외 직구 아이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쇼핑라이브를 중심으로 영상 커머스를 키우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카카오쇼핑라이브를 기반으로 인플루언서 큐레이션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작년 8월 취향 기반 커머스 플랫폼 '쇼룸'을 열고,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등 외부 채널과 연동해 상품을 추천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비디오 커머스 확산은 플랫폼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기존 홈쇼핑 방송은 정해진 시간에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구조였는데요, 최근에는 모바일 앱 안에서 짧은 영상과 라이브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며 고객 접점을 늘리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CJ온스타일은 올해 봄·여름 시즌 패션위크를 열며 모바일 라이브와 숏폼 중심의 영상 콘텐츠 강화를 내세웠습니다.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직전 패션 쇼케이스 행사 대비 약 60% 확대 편성하고, 올해 패션 숏폼 콘텐츠 5000개 이상을 제작·확산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상품 설명과 가격 혜택을 앞세우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색감과 실루엣, 스타일링을 짧은 영상으로 보여주며 보는 재미와 구매를 연결하려는 전략입니다.

미국에서 공개된 틱톡샵 기능./틱톡 캡처

◇ 크리에이터 의존은 '양날의 검'

비디오 커머스의 또 다른 축은 크리에이터입니다. 이 구조에서는 콘텐츠가 단순 광고를 넘어 사실상 매장 역할을 합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검색 광고나 배너 광고보다 실제 구매 전환에 가까운 접점을 만들 수 있고,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콘텐츠 영향력을 수익화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은 체류 시간과 거래 데이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4050 패션 플랫폼 퀸잇의 사례도 이 같은 흐름을 보여줍니다. 퀸잇은 지난해 11월 유튜브 쇼핑 제휴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퀸잇 측에 따르면 유튜브 쇼핑 제휴 프로그램 도입 이후 영상 속 퀸잇 제품 태그를 통한 클릭 수는 46만건에 달했습니다. 지난 3월 8일 기준 일 매출은 프로그램 도입 첫날 대비 약 170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에이블리는 크리에이터 협업을 바탕으로 핵심 영역인 패션을 넘어 라이프, 푸드까지 카테고리를 성공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집 나와라 뚝딱', '득템', '나도' 등 에이블리 제품 태그가 달린 인기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구매 전환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지난 2월 에이블리의 일평균 주문 수는 크리에이터 협업 이전 대비 25%, 일평균 거래액(GMV)은 35% 증가했다고 합니다.

해외에서는 틱톡샵이 비디오 커머스의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짧은 영상과 라이브 방송, 플랫폼 내 결제 기능을 결합해 상품 발견부터 구매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커머스 구조를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비디오 커머스가 국내 플랫폼 경쟁을 넘어 글로벌 유통 채널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K뷰티와 패션, 식품 브랜드 입장에서는 영상 기반 플랫폼이 해외 소비자에게 제품 사용법과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전달하는 창구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비디오 커머스 기술은 영상 내 상품 태그를 통해 시청 흐름을 깨지 않고 결제 페이지로 이동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결제 단계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구매 전환율은 10~20% 급락한다"고 했습니다. 전자상거래 UX 연구기관 베이마드 인스티튜트는 2024년 기준 평균 결제 흐름이 5.1단계, 입력 항목이 11.3개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소비자의 18%가 복잡한 결제 과정 때문에 주문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비디오 커머스가 유통업계의 만능 해법은 아닙니다.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수수료와 알고리즘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커집니다. 특정 플랫폼의 노출 정책이나 상품 태그 기준이 바뀌면 입점사와 브랜드의 매출 흐름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의존도도 과제입니다. 크리에이터의 신뢰도가 구매 전환을 이끄는 핵심 요인이지만, 동시에 광고성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이나 과장 판매 논란이 생기면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비디오 커머스의 성패는 단순히 영상 콘텐츠를 많이 만드는 데 있지 않다"며 "플랫폼의 기술 연동, 크리에이터의 신뢰도, 상품 경쟁력, 사후 고객 관리가 함께 작동해야 지속 가능한 판매 채널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