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따른 내수 소비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음료 업계의 올해 1분기 성적표가 엇갈렸다. 글로벌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은 해외 실적 개선 효과를 누린 반면, 내수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은 원가 부담과 소비 위축 영향으로 수익성 방어에 고전했다.

그래픽=정서희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005300)음료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9525억원, 영업이익 4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 91%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분기 2.7%에서 올해 5.0%로 상승했다.

실적 개선에는 탄산·에너지·스포츠 음료 판매 증가와 글로벌 사업 회복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글로벌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6억원에서 올해 143억원으로 2123% 급증했다. 핵심 해외 법인인 필리핀펩시(PCPPI)가 영업이익 5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33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필리핀펩시는 지난해 2분기 흑자 전환 후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내수 중심 사업 구조를 가진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 LG생활건강(051900) 리프레시먼트 부문은 1분기 매출 4076억원, 영업이익 43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6.8% 감소했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 판매 부진 영향이 컸다. LG생활건강은 하반기 북중미 월드컵 등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를 활용해 코카콜라와 파워에이드 중심의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동아오츠카는 원가 부담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동아오츠카는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의 계열사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1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동아오츠카도 원가 부담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업계에서는 알루미늄 포장재, 농축액 등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중동 지역 지정학 리스크 영향으로 2분기 원가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상준 키움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캔·페트(PET) 단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중동 전쟁 영향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이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될 가능성이 있어 전사 실적 개선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원가 개선 노력이 이뤄졌지만 고환율, 수요 감소가 겹쳐 업황 자체는 안 좋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서울 시내 마트에 캔 음료가 진열되어 있다. /뉴스1

다만 업계는 제로 음료와 에너지음료, 스포츠음료 등 일부 카테고리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1분기 에너지음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 스포츠음료 매출은 11.5% 증가했다. 동아오츠카도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구가 계속되자 지난 3월 에너지음료 '코카스'를 15년 만에 재출시했다.

최근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에너지음료 수요가 확대되는 점도 시장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커피로 카페인을 보충했다면 최근에는 에너지음료를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어 업계 전반적으로 관련 제품 라인업과 마케팅을 강화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