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외식업계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먹을거리 가격이 저렴해질수록 소비자는 이득이지만, 가맹점주 등 자영업자들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는 최근 2000원대 단품 버거 라인업을 강화했다. 써브웨이는 4300원에 판매되는 신메뉴 '피자썹'을 출시했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도시락은 '마요 시리즈' 등 3000원대 메뉴를 내세웠다. 파리바게뜨는 1000원 안팎의 소형 빵 제품군을 확대했다.
편의점 업계 역시 1000~3000원대 간편식을 앞세우면서 한 끼 대체재로 자리 잡고 있다. 저가 커피 브랜드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는 최근 떡볶이, 치킨, 볶음밥 등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면서 가성비 한 끼 식사 경쟁에 뛰어들었다. 외식 물가 상승으로 점심값 부담이 커지는 '런치플레이션' 현상이 이어지면서, 저렴하면서도 든든한 식사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가격 경쟁이 장기적으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부자재 가격과 임대료, 인건비 등 주요 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판매 가격을 낮추는 구조가 굳어지면 이윤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외식업은 좌석 수와 회전율에 한계가 있어 박리다매 전략에도 제약이 따른다. 배달이 가능하긴 하지만, 무작정 판매량을 늘려 수익을 보전하는 데 한계가 있어 가격 인하가 곧바로 이익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한 번 낮춘 가격을 다시 올리기 어려운 특성까지 더해지면서 수익 구조가 장기간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전반으로 가격 경쟁이 확산할 경우, 브랜드 간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며 전체 이익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 프랜차이즈의 부담은 더욱 크다. 원가 협상력이 낮은 데다, 가맹점의 경우 본사 납품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이중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외식업체 매출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외식업체 연평균 매출액은 2억5526만원으로 전년 대비 1.4%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8.7%로 전년(8.9%)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외식 업종 가맹점이 본부에 지급하는 '평균 차액가맹금(유통 마진)'은 연 2600만원으로 전년(2300만원)보다 13.0%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차액가맹금 비율 역시 4.4%로 전년 대비 높아졌다.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최근 소비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차액가맹금이 조금만 올라도 타격이 크다"며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가맹점주 눈치를 보느라 차액가맹금을 많이 올리지 못하는데 중소 프랜차이즈들은 업장 수가 적어 가맹점주들끼리 결속력이 강하지 않다"고 했다.
시장 양극화도 심화하는 분위기다. 저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매출과 점포 수는 늘고 있지만, 자본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상위 업체로 수요가 쏠리면서 영세 사업자의 경쟁 환경은 악화하고 있다. 2025년 외식 업종의 폐점률도 15.8%로 서비스 업종(9.3%)과 도소매 업종(8.6%)보다 높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에서 외식 부담이 커진 만큼 고객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족할 수 있는 메뉴를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러나 임대료, 인건비, 원재료비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가격만 낮추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에 가성비 메뉴로 진입 장벽을 낮추고, 동시에 프리미엄 메뉴나 세트 구성, 운영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외식업은 제한된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고객을 회전시키느냐가 중요한 구조다. 저가 메뉴로 유입된 고객이 다른 메뉴까지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은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다만 문제는 이런 흐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외식 산업 전체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결국 저가 메뉴는 미끼 상품 성격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