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세계에서 '날개'는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상징이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철학은 브랜드마다 결을 달리한다. 어떤 브랜드는 속도를, 어떤 브랜드는 시간을, 또 어떤 브랜드는 인간이 구현한 이상적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롤스로이스의 '환희의 여신상'이 날개를 펼친 여인의 형상을 통해 극강의 우아함을 뽐낸다면, 애스턴 마틴과 벤틀리는 로고 자체에 날개를 적용해 자동차 본연의 가치인 속도를 표현했다.

주얼리와 워치메이킹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표현은 더욱 정교해진다. 프랑스 하이주얼리 하우스 부쉐론은 깃털과 날개의 유기적인 형태를 통해 자유로운 움직임을 예술로 승화시켰고, 스위스 시계 브랜드 론진은 날개 달린 모래시계 로고를 통해 찰나의 순간을 영원한 헤리티지로 기록하려는 의지를 담았다.

와인 세계에서도 날개는 특별한 의미로 확장된다. 칠레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이너리 '몬테스(Montes)'는 이를 '천사'라는 존재로 구체화했다. 여기에는 창립자 중 한 명인 고(故) 더글러스 머레이의 극적인 개인사가 투영돼 있다. 1990년대 두 차례의 심각한 교통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생존한 머레이는 자신을 지켜준 존재가 '수호천사'라고 믿었다. 그의 제안으로 천사는 몬테스 와인의 레이블은 물론 숙성 창고의 조형물에까지 자리 잡으며 브랜드의 상징이 됐다.

아우렐리오 몬테스 대표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더글러스는 사고 이후 '그 천사를 우리 와이너리의 파트너로 삼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몬테스를 대표하는 날개달린 천사는 역경을 극복한 창립자들의 신념과 행운, 도전 정신을 상징하는 셈이다. 동시에 와인이 인간의 기술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자연, 보이지 않는 요소가 함께 빚어내는 결과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칠레의 자연환경이 온전한 결실로 이어지길 바라는 생산자의 기도 역시 이 상징에 녹아 있다.

몬테스 와이너리는 1988년 와인메이킹, 마케팅, 재무, 기술 등 각 분야의 전문가 4인이 설립했다. 이들은 저가 와인 생산지라는 인식에 갇혀 있던 칠레 와인의 위상을 프리미엄급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공유했다. 초기에는 약 30헥타르 규모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구입해 소규모 부티크 와이너리로 출발했지만, 설립 첫 해 선보인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이 성공을 거두며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

그래픽=손민균

이후 지속적인 품질 투자와 시장 확장을 통해 몬테스는 현재 약 300헥타르의 포도원을 운영하고 전 세계 55개국 이상에 와인을 수출하는 글로벌 와이너리로 성장했다.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은 업계에서 '칠레 최초의 프리미엄 와인'으로 평가받으며 칠레 와인의 이미지 전환을 상징하는 존재로 자리잡았다.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은 콜차구아 밸리의 아팔타(Apalta)와 마르치게(Marchigüe) 포도원에서 생산된다. 두 지역 모두 화강암 기반 토양이지만 서로 다른 풍화 단계와 점토 함량, 유기물 구성을 지닌다. 아팔타는 자갈과 충적토가 어우러진 이질적 토양 구조가 특징이며, 깊은 토양과 적절한 수분 보유력을 갖춘 평지와 완만한 경사면에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은 우아하고 복합적인 향, 짙은 색을 표현한다.

마르치게는 보다 평탄한 지형으로 일부 토심은 60㎝에 불과할 정도로 얕지만 적절한 점토 함량과 높은 수분 보유력을 갖췄다. 포도나무는 헥타르당 약 5555그루 밀도로 식재되며, 이 두 지역의 서로 다른 개성이 블렌딩을 통해 와인의 구조와 균형을 완성한다.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은 수확부터 양조까지 철저한 수작업과 엄격한 선별 과정을 거친다. 포도는 모두 손으로 수확하고 줄기 제거 전 포도송이를 수작업으로 선별한다. 이후 발효 탱크에서 5일간 침용을 거친 뒤 엄선한 효모로 7~10일간 발효하고, 스테인리스 스틸과 콘크리트 탱크에서 최대 20일간 젖산 발효를 진행한다. 일부 와인은 프랑스산 오크 배럴에서 12개월 숙성하고, 일부는 콘크리트 탱크에서 보관한 뒤 병입 전 최종 블렌딩한다.

강렬한 루비빛을 띠는 이 와인은 블랙커런트와 각종 베리류를 중심으로 시가 박스, 바닐라, 민트 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다. 과일의 신선함과 오크 숙성의 깊이가 균형을 이루며 적당한 무게감과 정교한 구조를 보여준다. 약 5년 숙성하면 진가가 드러나며 10~15년까지 숙성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테이크와 양갈비 같은 붉은 육류는 물론 볼로네제 파스타, 숙성 치즈와도 좋은 조화를 이룬다.

한국 시장에서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은 사실상 '국민 와인'으로 불린다. 국내 누적 판매량 1700만병을 돌파했다. 2026 대한민국 주류대상 신대륙 레드 와인 부문 '베스트 오브 2026'을 받았다. 수입사는 나라셀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