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원가 상승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일제히 가격 인상에 선을 긋고 있다. 그 중심엔 BBQ 운영사 제너시스BBQ그룹(이하 BBQ)의 선제적인 가격 동결 선언이 있다. 업계에선 이를 단순한 비용 감내 차원을 넘어, 현시점에서 가격을 건드리는 게 더 큰 리스크라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본다.
24일 외식·식품업계에 따르면 BBQ·bhc·교촌치킨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종계·사료·튀김유 등 원재룟값도 줄줄이 올랐다. 여기에 포장재·물류·배달 플랫폼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가격 인상 압박은 커졌지만, 치킨업계는 관망 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주도한 건 BBQ다. 앞서 지난 20일 BBQ는 원·부자재 비용이 오르면서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진 건 맞지만, 치킨 판매 가격과 가맹점 공급가를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비용 상승분도 본사가 부담하겠다고 했다.
이후 경쟁사들도 잇따라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업계 전반에 가격 동결 기조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bhc 관계자는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며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약 500억원에 달하는 원자재 공급가 인상분을 본사가 부담해 왔다. 현재도 이를 감내하는 만큼, 가맹점 공급가 인상 계획도 없다"고 했다. 교촌치킨도 치킨값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과거 치킨값 인상 논란의 후폭풍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치킨은 대표적인 국민 간식이자 외식 대체제로, 가격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가 유독 높은 음식이다. 실제로 교촌치킨 운영사 교촌에프앤비(339770)가 2023년 4월 주요 메뉴 가격을 올린 이후 그해 매출이 약 44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가량 줄었다. BBQ도 2022년 윤홍근 회장이 "치킨값이 3만원은 돼야 한다"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말했다가 대중들에게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원·부재룟값 상승분만 보면 가격 인상 요건은 충분하지만, 먼저 가격을 올릴 경우 수요 이탈과 여론 악화 등 리스크를 감수해야만 한다"며 "반대로 경쟁사들은 치킨값을 동결했는데, 홀로 가격을 인상하면 그야말로 '국민 욕받이'가 될 수밖에 없다. 심할 경우 불매 운동도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정책도 BBQ가 선제적 가격 동결을 밝힌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정부는 라면과 빵 등 대표적인 서민 음식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라면 등 일부 품목은 가격이 인하되기도 했다. 물가 안정이 주요 정책 과제로 떠오른 만큼, 치킨도 소비자 민감도가 높은 외식 품목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같은 압박권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면이나 빵처럼 정부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어도 서민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한 만큼 치킨도 같은 선상의 품목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라며 "이 시기에 가격을 건드리는 건 정부의 정책에 반한다는 의사로 읽힐 수 있는데,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가격을 올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당분간 가격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원가만 보면 이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수준까지 왔다. 지금은 올릴 수 없는 타이밍이라 버티는 것"이라면서도 "어느 한 곳에서 먼저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면 지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의 먹거리 물가 안정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치킨처럼 소비 빈도가 높은 품목은 가격 인상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가맹점 공급가를 동결했더라도 매장별로 다른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 만큼, 일부 지역에선 소비자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본사도 가맹점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