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일본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 농심(004370)이 지난해 6월 오픈한 팝업스토어(임시 매장) '신라면 분식'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辛'(매울 신) 글자가 크게 걸린 공간 한가운데, 신라면, 신라면 툼바, 짜파게티, 안성탕면, 너구리 등 농심의 봉지 라면이 빨간색 매대에 진열돼 있었다.
방문객들이 '한강 라면' 방식의 자동조리기를 이용해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한강 편의점, 무인 라면 매장 등 한국에선 흔한 모습이지만 밖에서 컵라면을 주로 즐기고 봉지 라면은 집에서 끓여 먹는 일본에서는 낯선 모습이었다.
키오스크를 통해 다양한 토핑을 주문할 수 있었다. 계란, 치즈, 파, 떡국 떡 등 라면과 잘 어울리는 토핑에 더해 매운 맛에 약한 현지 손님을 위해 우유도 선택지에 포함돼 있었다.
농심은 일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TV 광고, 번화가 옥외광고, 버스 래핑 등 다양한 마케팅을 지속해 왔다. 최근에는 단순 노출을 넘어 소비자가 직접 경험하는 '체험형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정영일 농심재팬 성장전략본부장은 "지난 2024년 도쿄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에는 10일간 1만3000명이 방문하고 4~5시간 대기 줄이 형성되는 등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며 "방문객 만족도도 95% 이상으로 나타나며 젊은 소비층으로의 브랜드 확장 효과를 확인했다"고 했다.
이 같은 전략이 하라주쿠 '신라면 분식'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정 본부장은 설명했다. 매장은 현재 월평균 약 1만명이 방문하는 대표 체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정 본부장은 "한강 라면 등 한국식 라면 문화를 직접 경험하려는 수요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SNS)를 보고 찾아온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날은 저녁 시간이 되지 않은 평일 오후였음에도 여성 손님들이 주를 이뤘다. 농심재팬 관계자는 "일본 2030 여성들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높은 편이고, 한국 대표 음식인 신라면에 대한 관심도 높다"며 "최근에는 너구리 캐릭터 등을 적극 활용해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또한 스키장, 해변, 지역 축제 등 일본 전역에서 시식 행사와 팝업을 운영하며 접점을 넓히고 있다. 특히 삿포로 눈축제 등 대형 행사에서는 수만 명 규모의 시식 체험을 진행하며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정 본부장은 "식품은 결국 직접 먹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며 "일본 어디서든 신라면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 같은 현장 반응은 유통 성과로 이어졌다. 농심은 '신라면 툼바(큰사발면)'가 일본 3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등 전국 약 5만3000개 매장에 정식 입점했다고 밝혔다. 해외 라면 브랜드가 일본 편의점 '빅3' 전 점포에 들어간 것은 드문 사례다.
일본 편의점은 신제품을 한 달가량 테스트한 뒤 교체하는 구조지만, 신라면 툼바는 출시 1년 만에 연중 상시 판매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세븐일레븐 선출시 당시 초도 물량 100만개가 2주 만에 완판됐고, 이후 추가 물량도 연이어 소진됐다. 현재 누적 판매량은 1000만개를 넘어섰다.
체험형 마케팅은 하라주쿠 외에도 일본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 16일 방문한 후지산 인근 테마파크 후지큐 하이랜드 내 '푸드 스타디움'에서는 신라면과 너구리를 활용한 콜라보 메뉴가 판매되고 있었다. 놀이기구를 즐기던 젊은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라면을 접하는 구조다. 해당 판매점은 지난달 19일 오픈해 다음 달 10일까지 운영된다.
신라면을 탄탄면 스타일로 재해석한 '탄탄면풍 신라면', 크림 파스타 스타일의 '신라면 투움바', 해산물 풍미를 살린 '너구리 라면 마일드' 등 3가지 메뉴를 판매한다. 직접 먹어본 해당 메뉴들은 일반적인 조리법이 아닌 후지큐 하이랜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조리법으로 조리돼 개성 있는 맛이었다. 이밖에 인형 탈을 쓴 신라면 마스코트와 기념 촬영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했다. 영유아부터 학생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마스코트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 '선샤인 시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6 코리아 엑스포 도쿄' 현장도 열기는 비슷했다. 너구리 테마 부스 앞에는 시식 대기 줄이 이어졌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방문객들은 일부가 매운맛에 놀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너구리 매운맛 vs 순한맛 현장 투표에는 매운맛에 조금 더 많은 표가 모였다. 도쿄에서 거주 중인 A씨는 테마 부스에서 너구리를 시식한 뒤 "신라면도 먹어봤는데 너구리가 덜 맵긴 하지만 면 식감이 좋았고 매운맛도 느껴졌다"고 했다.
농심은 일본 각지에 매장 350여 개를 갖고 있는 현지 야키니쿠 프랜차이즈 야키니쿠킹 등 외식 기업과도 협업에 나섰다. 무한리필 고깃집인 야키니쿠킹 매장에서 다음 달 7일까지 신라면 툼바가 판매된다. 야키니쿠킹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섯 차례 진행한 농심과의 협업 행사를 통해 신라면, 신라면블랙 등 약 200만 봉지를 판매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리안 포차' 콘셉트로, 매장 내에서 한강라면 스타일로 조리한 신라면 메뉴를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해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