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본고장' 일본에서 한국 라면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대일(對日) 라면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다. 일본 슈퍼마켓(유통) 봉지라면 시장 내 케이(K) 라면 제품 점유율이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라면기업들도 매운맛과 제품 차별화를 앞세워 현지 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19일 식품산업통계정보(KATI)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일 라면 수출액은 7730만달러(한화 약 1141억원), 물량은 2만5600톤(t)을 기록했다. 수출액·물량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3.6%, 16.7% 증가한 수준이다.

일본 현지 시장에서도 K라면의 존재감은 커지는 추세다. 일본 슈퍼마켓(유통) POS 데이터에 따르면 봉지라면 시장에서 한국 제품 점유율은 2023년 4.9%에서 2024년 6.47%, 2025년 7.41%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 제품 점유율은 94.87%에서 92.48%로 떨어졌다. 여전히 일본 제품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 라면 점유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평가다.

그래픽=정서희

이는 소비 환경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 현지도 물가 오르면서 간편식과 가성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다, 매운맛을 중심으로 한 K라면의 차별화된 풍미가 일본 소비자층을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자국 라면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시장이지만, 최근엔 매운맛이나 색다른 풍미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한국 라면 수요가 늘고 있다"며 "편의점과 드럭스토어 등 유통 채널이 다양해진 점도 대일 라면 수출 증가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라면기업들은 일본 시장 공략에 공들이고 있다. 농심(004370)은 현지에서 '신라면' 브랜드를 앞세워 판매율을 높이되 '너구리'를 차기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현지법인 매출은 208억엔(약 1928억원)으로 전년 대비 20.2% 증가했다. 특히 '신라면 분식'과 같은 체험형 마케팅과 현지 외식 프랜차이즈와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 접점도 늘리고 있다. 일상에서 K라면을 즐기도록 유통과 마케팅을 동시에 강화한 것이다.

삼양식품(003230)은 '붉닭' 브랜드를 내세워 일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일본 현지법인 매출은 35억7000만엔(약 331억원)으로 전년 대비 20.7% 증가했다. 삼양식품은 유통 채널 내 '불닭 전용 매대'와 프로모션 행사를 통해 입점을 확대하는 동시에, 일본 소비자 입맛을 반영한 한정 제품을 출시하는 등 현지 소비자 접점을 늘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매운맛에 대한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춘 뒤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오뚜기(007310)는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BTS(방탄소년단) 멤버 진을 모델로 한 자사 대표 제품 '진라면'과 라면 사리 제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제품군 확대도 검토 중이다. 팔도는 올해 일본 현지법인 'PALDO JAPAN'을 설립하고 시장 진출에 착수했다. 현재는 현지 상황과 사업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 수출 중심이던 일본 사업을 현지법인 체제로 전환해 직접 공략에 나선 것이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본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지만, 최근엔 한국 라면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느는 추세"라며 "현지 소비 트렌드에 맞춘 제품과 마케팅 전략에 공들이는 만큼, 일본 시장의 K라면 침투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일본 라면 시장은 보수적인 편이지만, 한국 라면은 매운맛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면서 현지 소비자층을 넓히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 유행을 넘어 국가별 입맛에 맞춘 제품으로 점진적으로 침투하는 단계"라고 했다. 이어 "이 흐름이 지속될 경우 일본 시장 내 K라면 점유율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