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이렇게 매운 걸 어떻게 먹느냐'는 반응이었지만, 지금은 일본 소비자들이 매운맛을 찾기 시작했다. 일본에 없는 차별화된 맛을 꾸준히 밀어붙인 결과다."

김대하 농심(004370)재팬 법인장(부사장)은 지난 15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 '신라면 분식'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일본은 연간 1000종 가까운 신제품이 나오는 라면의 본고장으로, 편의점에서는 매주 제품이 바뀔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이 시장에서 승부를 걸기 위해 지난 2002년 법인을 설립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부사장)이 지난 15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위치한 '신라면 분식' 매장에서 미디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방재혁 기자

도쿄 한복판에서 한국식 '한강 라면'을 체험할 수 있는 '신라면 분식'에는 젊은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신라면과 '신라면 툼바', 너구리 순한맛이 인기 메뉴로 자리 잡으면서 월평균 1만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고 농심은 설명했다.

이 같은 일본에서의 인기는 농심재팬의 실적으로 이어졌다. 농심 일본법인 매출은 2020년 95억엔(약 884억원)에서 2025년 209억엔(약 1945억원)으로 5년 만에 120% 증가하며 처음으로 200억엔을 돌파했다. 올해는 매출 240억엔(약 222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라면 시장은 약 7조원 규모지만, 대부분 쇼유·미소 중심의 전통 국물 맛이 주류다. 매운 라면 비중은 6% 수준이다.

김 부사장은 "농심 일본법인은 매운맛 시장이 제로(0)에 가까울 때 시장에 들어섰다. 초창기에는 현지 바이어가 사람이 먹는 맛이냐며 망신을 주는 일도 있었다"며 "하지만 한국에서 확실한 성공을 거둔 제품이다. 농심 창업주인 고 신춘호 회장이 '일본에 브랜드를 심어라'라는 확고한 방침을 내렸다. 꾸준히 노력한 결과 일본에서 농심이라는 기업을 아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지만 신라면은 다 안다"고 했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위치한 '신라면 분식' 매장. /농심 제공

신라면은 2025년 기준 일본에서 165억엔(약 15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운 라면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닛신, 도요스이산 등 현지 기업들도 매운맛을 전면에 내세운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성장의 핵심 축은 일본의 2030 여성이라고 농심은 설명했다. 케이(K)콘텐츠 영향으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들이 신라면 소비를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신라면 툼바'도 성장세에 보탬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억엔(약 9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20억엔(약 184억원)을 목표로 한다. 신라면 분식에서도 품절이 잦다는 전언이다.

김 부사장은 "일본 편의점은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니라 사회 인프라"라며 "전자레인지 조리, 물 버림 구조 등 현지화한 용기면이 바이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농심은 2030년 일본 매출 400억엔(약 3701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운 라면 시장이 10%까지 확대될 경우, 절반 수준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부사장은 "현지 경쟁 업체들의 매운맛 제품 출시로 매운맛 시장이 커지면 우리도 나쁠 것이 없다. 매운맛 시장이 700억엔(약 6478억원) 규모까지 성장했을 때 400억엔은 농심이 가져갈 수 있도록 목표를 책정했다"며 "이와 함께 라면업계 상위 5개 기업 안에 들어가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일 간 신라면컵의 건더기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일본에서 판매하는 신라면컵의 건더기 양이 국내 제품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일본 라면 시장의 후발 주자인 농심이 현지 제품들과 경쟁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이어 "다만 내수 차별은 아니고 실제 판매 가격이 일본이 국내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 엔저 현상 및 일부 유통 지점에서 진행하는 할인 판매 등의 요인으로 일시적으로 국내 제품과의 가격 차이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긴 하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 편의점 기준 신라면컵은 1250원에 판매되고 있고 일본 편의점에서는 236엔(약 22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그는 "짜파게티는 블랙푸드 특성상 현지에서 호불호가 있어 우선 너구리를 중심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향후 짜파게티, 감자면 등도 단계적으로 키워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위치한 '신라면 분식' 매장 풍경. /방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