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물가 상승으로 '런치플레이션'(점심과 물가 상승의 합성어)이 심화하면서 직장인들의 관련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도시락을 싸는 수요가 늘면서 식품업계에서는 반찬 HMR(가정간편식) 사업 확장에 나서는 모습이다.
1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 외식 부문 지수는 127.28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이 지수는 기준연도인 2020년 외식 물가를 100으로 기준 삼아 이보다 높으면 소비자 부담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편의점 도시락·샐러드·HMR 등 가성비 중심 소비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절약에 더해 건강 등 자기관리 문화가 결합하면서 직접 싸 먹는 도시락이 새 라이프스타일로 확산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식품업계는 반찬 HMR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동원F&B는 HMR 전문 온라인몰 '더반찬앤(&)'을 전면 개편해 반찬 시장 공략에 나섰다. HMR 메뉴 연구소를 3개 카테고리로 다원화하고 신규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 앞서 동원 가산공장에서 더반찬앤 제품을 생산했지만, HMR 메뉴가 다양해지면서 직접 생산을 중단하고 다품종 소량 생산에 특화한 업체에 맡겨 외부 위탁 생산 체제로 전환했다. 동원은 '양반'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식 HMR 제품군도 확대하고 있다. 김과 죽 중심이던 기존 제품군을 국탕·찌개·즉석밥 등으로 넓히며 한식 간편식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동원F&B에 따르면 양반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오뚜기(007310)는 2019년 프리미엄 HMR 브랜드 '오즈키친'을 론칭한 이후 2024년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오즈키친은 반찬은 물론 냉장 수프, 냉동 주먹밥·볶음밥·치킨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현재는 총 10개 카테고리, 56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풀무원(017810)은 '반듯한식' 브랜드를 통해 나물 반찬을 비롯해 완자·떡갈비·동그랑땡 등 다양한 반찬 HMR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다. 반듯한식은 국·탕·찌개류 제품을 위주로 운영했지만 최근 반찬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요리 양념, 절임 반찬류에 이어 냉동 반찬까지 판매하고 있다. 프리미엄 한식 간편식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반찬 HMR은 각 사 자사몰뿐 아니라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서도 판매되는 추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점심값이 비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직장인들 중심으로 도시락 문화가 확산하고 있으며 시간 절약을 위한 반찬 HMR 수요도 늘고 있다"며 "꾸준한 수요 증가가 예상돼 업계 전체적으로 기본 반찬류부터 이색 반찬류까지 라인업을 다양하게 확대하고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식품업계에서는 향후 일본의 점심 문화와 유사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은 도시락 중심 식문화가 정착돼 반찬 간편식 시장이 발달했다. 외식 감소와 맞물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역시 1인 가구 증가, 외식비 부담, 배달 피로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외식에서 도시락·간편식으로의 전환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번 오른 물가는 쉽게 내리지 않는다. 직장인들이 외식 물가에 부담은 점점 커지는 추세"라며 "반찬 HMR 등을 활용한 도시락은 외식 물가 부담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다. 식품업계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반찬 라인업 확대가 이뤄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