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빙과 시장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업계 점유율 확보를 위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흡수합병을 통해 외형을 확장한 가운데, 롯데웰푸드는 제로 칼로리와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로 맞서고 있다. 양사는 내수 성장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돼 있는 빙그레·롯데웰푸드 등 아이스크림./연합뉴스

◇ 빙그레·해태, 영업·마케팅·물류 일원화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 1일 자회사 해태아이스크림과의 흡수합병 절차를 완료했다. 2020년 인수 이후 5년 만에 조직과 물류망을 단일 체제로 개편한 것이다. 빙그레는 분산되어 있던 조직과 영업망을 일원화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제품 라인업도 재편한다. 카테고리가 겹치는 제품은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 실적이 높은 대표 상품 중심으로 통합하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은 축소하는 등 효율화 작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빙그레의 '메로나', '투게더'와 해태의 '부라보콘', '바밤바' 등이 단일 법인 포트폴리오로 묶인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을 통해 영업·마케팅·물류·운송 등 중복 비용이 축소되고, 원·부자재 공동 구매를 통한 원가 구조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며 "조직·업무 통합 과정에서 일시적인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나, 하반기 이후에는 중복 비용 제거에 따른 수익성 개선과 사업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했다.

시장 점유율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 1위는 롯데웰푸드(39.9%)다. 빙그레(27.6%)와 해태아이스크림(14.1%)의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41.7%로, 빙그레가 롯데웰푸드를 근소하게 앞서게 된다. 향후 유통망과 조직 효율화가 본격화할 경우 점유율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롯데웰푸드는 제품 다양화와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성수기를 앞두고 장수 브랜드를 중심으로 제로 칼로리, 저당, 프리미엄 제품군을 확대해 소비자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최근 롯데웰푸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죠스바 0kcal 자몽허니블랙티'의 제조품목보고를 마쳤다. 이는 제품화를 위한 개발 단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풀이된다. 앞서 2024년 '죠스바·스크류바 0kcal'를 출시한 데 이어 제로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와 함께 '돼지바'를 저당·요거트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하고, '월드콘' 프리미엄 라인을 통해 디저트형 제품을 선보이는 등 고단가 제품군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빙과업계가 점유율 확보에 주력하는 이유는 국내 시장 환경의 악화 탓이다. 저출산에 따른 주 소비층 감소와 더불어 원유·설탕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 계절적 수요 변동 등이 겹치며 매출 확대와 수익성 확보가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실적 지표에서도 이 같은 위기감이 나타난다. 빙그레의 지난해 매출은 1조489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883억 원으로 32.7% 감소했다. 롯데웰푸드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3% 줄어든 1095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웰푸드 측은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매출의 14%를 차지하는 빙과 사업의 부진을 꼽았다. 시장 지배력을 잃을 경우 생산 및 물류 유지비 등 고정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점유율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롯데웰푸드 '돼지바' 인도 옥외광고. /롯데웰푸드

◇ 빙그레 '미국', 롯데웰푸드 '인도'…해외 공략 박차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두 회사 모두 해외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빙그레는 미국 법인 매출이 지난해 97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6%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설립한 호주 법인을 오세아니아 및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수출 허브로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해태아이스크림이 빙그레의 해외 유통망을 공유하게 되면서 수출 품목 확대가 가능해진 점도 주목된다.

롯데웰푸드는 인도 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 현지 빙과업체 '하브모어'를 인수하고 생산 라인을 9개까지 증설했다. 그 결과 월드콘, 돼지바 등 주력 제품을 앞세워 지난해 인도 법인에서만 전년 대비 20% 증가한 2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빙그레의 전체 수출액을 상회하는 수치로, 해외 시장에서의 외형 성장을 이끌고 있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웰푸드는 올해 국내는 핵심 브랜드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정비하며 수익성을 개선할 전망"이라며 "해외는 인도, 파키스탄, 러시아 등 외형 성장 지속으로 실적 회복이 기대된다. 특히 인도는 빙과 푸네 신공장 가동 안정화 및 남부 지역으로 판매망 확대, 건과 초코파이 라인 증설 효과가 반영되며 성장 및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