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모회사로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 이전을 지속하고 있다. 자영업자·라이더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과도한 배당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연결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보유한 49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8.8% 감소한 규모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주환원 방식의 하나다. 발행 주식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통해 주주 이익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매입하는 구조일 경우 결과적으로 모회사로 현금이 이전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몇 년간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모회사에 대한 배당을 확대해 왔다. 2023년 처음으로 4127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다. 당시 영업이익인 6998억원의 60%에 가까운 과도한 배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2024년에는 537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모회사로부터 매입해 소각했다. 직접적인 현금 배당에 쏟아지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자사주 매입·소각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아한형제들은 국내 배달 플랫폼 시장 1위를 유지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왔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5조2830억원을 기록해 전년(4조3226억원) 대비 22.2% 증가했다. 한그릇, 배민클럽 등 고객 편익을 강화한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B마트 등 퀵커머스 사업이 꾸준히 성장하며 전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또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배달 품질을 강화하는 전략이 주효했다고 우아한형제들은 분석했다.
다만 수익성은 악화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929억원으로 전년(6408억원) 대비 7.5% 감소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영업이익이 감소한 이유 중 하나로 지난해 영업비용이 증가한 것을 꼽았다. 지난해 영업비용은 전년(3조6819억원) 대비 27.4% 늘어난 4조690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비용의 증가폭이 매출 증가폭보다 커져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특히 영업 비용 중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성격의 외주 용역비는 지난해 3조1542억원으로 전년(2조2369억원) 대비 41% 늘었다.
지난해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대규모 배당이 지속되면서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에 대해 라이더 인건비 지출을 늘리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배당과 2024년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공개한 이후 배달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을 호소하는 자영업자와 배달비 인상 압박을 받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플랫폼의 이익이 해외로 이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도 지난해 대규모 배당 이후 자영업자 지원과 라이더 처우 개선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재투자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된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는 불공정 운영과 소상공인 비용 전가 문제, 플랫폼 산업 독점 문제로 여야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소각에 대해 "주주 환원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해관계자에 대한 재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지난해 파트너(업주) 매출 확대를 위한 선제적 투자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고객과 업주를 대상으로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최소주문금액 없이 주문할 수 있는 '한그릇' 서비스 도입과 포장 주문 서비스 '픽업' 리브랜딩, 대규모 프로모션 '배민푸드페스타' 등이 추진됐다. 이 같은 투자로 단기 비용은 늘었지만 실제 업주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쿠팡이츠 등 경쟁사와의 경쟁 심화, 무료 배달 정책 지속, 상생 요구 확대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앞으로는 대규모 자금의 해외 이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동시에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점도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배당(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전년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지난해 비판이 제기된 이후 최근 사회 환원이나 한국 시장에 재투자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독일로 가는 돈이 과거보다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