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주요 식품 10개사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침체, 고환율 등 악재가 이어지는 영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손민균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3조원 이상 주요 식품 기업 10곳(CJ제일제당·동원F&B·대상·롯데웰푸드·롯데칠성음료·오뚜기·농심·삼립·풀무원·오리온)의 2025년 R&D 투자액 총계는 4120억원으로 전년(4208억원) 대비 2.1% 감소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CJ제일제당(097950)은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이 2023년 1.45%에서 2024년 1.34%, 지난해 1.29%로 3년 연속 하락했다. 이 비율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연구개발비용 계(이하 정부보조금 제외)는 1945억원이었다.

롯데칠성(005300)은 2023년 1.01%에서 2024년 0.74%, 2025년 0.68%로 낮아져 지난해 268억원을 기록했다. 동원F&B(일반식품 부문)도 2023년 0.35%, 2024년 0.48%, 2025년 0.44%로 반등 이후 다시 소폭 하락하면서 지난해 95억원을 기록했다.

풀무원(017810)은 2023년 1.00%에서 2024년과 지난해(307억원) 각각 0.9% 수준으로 낮아졌다. 농심(004370)은 같은 기간 0.8%→0.9%→0.8%, 오뚜기(007310)는 0.63%→0.70%→0.65%로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용은 각각 283억원, 193억원이었다.

롯데웰푸드(280360)는 0.6%→0.7%→0.7%로 완만한 증가 후 정체 상태를 보이며 지난해 296억원의 연구개발비용을 기록했다. SPC삼립(005610)은 0.27%→0.28%→0.30%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0.3%(101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오리온(271560)은 0.49%→0.52%→0.54%로 올랐다. 지난해 연구개발비용은 62억원이었다. 대상(001680)도 2023년 1.00%에서 2024년 1.09%, 2025년 1.29%로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570억원을 기록했다.

식품업계에서는 두 가지 시선이 엇갈린다. 우선 내수 침체와 비용 부담 확대 속에서 기업들이 수익성 방어에 집중한 결과로 해석한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물류비 부담, 환율 변동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설비 효율화나 자동화 투자에는 나서면서도 장기 성격의 연구개발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다른 업종들도 R&D 투자 비용을 줄이는 추세지만 식품업계는 특히 내수 시장 위주로 사업이 이뤄지다 보니 단발성 인기에 대응하는 제품이 많아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 비용을 늘리기 어렵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다 보니 연구개발 비용 투자가 소폭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롯데중앙연구소 사옥 전경. /롯데 제공

반면 단순 수치만으로 실제 투자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식품 기업의 연구·개발은 공장 내부에서 생산과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회계상 R&D로 잡히지 않는 비용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식품업계는 일부 기업이 따로 R&D센터를 두고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기존 생산 라인을 활용해 테스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설비가 생산용과 실험용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연구개발비에는 인건비나 원재료 실험비 등 직접 비용만 반영되고, 공장 증설이나 자동화 설비, 품질 관리 시스템 구축 비용 등은 제외된다.

제약·반도체 산업은 연구소와 생산 시설이 명확히 분리돼 있어 연구 설비 투자 상당 부분이 R&D 비용으로 인식된다. 반면 식품업은 동일 공간에서 연구와 생산이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통계상 착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R&D 투자 비용은 원재료비, 인건비 등이 주를 이룬다. 별도로 R&D 연구센터를 운영하는 비용 외에도 시범 생산, 테스트 등에 투입되는 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제품 양산에 필요한 설비를 구축하는 비용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케이(K)푸드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술 기반 투자 없이 브랜드와 마케팅 중심 성장에 의존할 경우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내수에만 집중해 국내 소비자만을 공략하려고 한다면 기존 데이터가 많이 쌓여있지만, 해외 진출을 하려면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며 "최근 내수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식품업계가 생존하려면 해외 진출이 불가피하다. 연구개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성장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