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시장에서 최근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이 양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오뚜기(007310)가 안양 신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사업 재정비에 나섰다.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성장 모멘텀이 약한 오뚜기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가정간편식(HMR)과 소스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뚜기는 최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이 계획엔 ▲2027년 안양 신공장·미국 현지 공장 준공 ▲신제품 연구·개발(R&D) 및 국내외 영업 활동 강화 ▲미국·동남아시아 중심 해외 매출 확대 ▲중장기 배당정책 수립 등이 주요 전략으로 제시됐다. 이 중 안양 신공장 건설은 생산 거점을 재편하는 동시에 향후 사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축으로 꼽힌다.
현재 라면 시장 구도는 사실상 고착화돼 있다. 국내에선 농심(004370)의 '신라면'이 장기간 1위를 유지하고 있고, 해외에선 삼양식품(003230)의 '불닭볶음면'이 글로벌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오뚜기가 라면만으로 승부를 보기엔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로 오뚜기의 지난해 매출은 3조6745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773억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721억원으로 직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원가 상승과 판관비 증가까지 겹치면서 외형은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둔화되는 흐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오뚜기의 안양 신공장 건설을 단순 증설이 아닌 '생산 방식의 변화'를 겨냥한 투자로 해석한다. 수도권 수요에 대응하는 '도심형 공장'으로 설계해 상대적으로 수도권 수요가 높은 HMR·소스 등 소용량 제품을 빠르게 생산·공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면은 대량 생산 중심이지만, HMR이나 소스는 트렌드 변화에 맞춰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품목"이라며 "수도권 인근에서 소량·다품종 생산 체계를 구축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이 같은 생산 체계 변화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오뚜기는 카레·3분 간편식·참기름 등 시장 점유율이 높은 품목에 더해 HMR과 소스 중심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 '오즈키친'을 앞세운 냉동·즉석식품 라인업 강화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선 이를 비(非)라면 사업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이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라면이 단일 품목 기준으로 비중이 큰 건 맞지만, 전체 매출에서 라면의 비중은 약 30% 수준"이라며 "카레, 케첩, 마요네즈 등 다양한 제품군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오뚜기는 안양 공장을 통한 국내 생산 대응력 강화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 공장 건설 등 해외 생산기지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선 도심형 공장을 기반으로 HMR·소스 등 제품 대응력을 높이면서, 해외에선 현지 생산을 통해 시장 확대를 꾀하는 구조다. 업계에선 국내 안양 공장과 미국 생산기지를 축으로 한 '생산 거점 이원화'를 통해 제품 대응력과 시장 확대를 동시에 노린 전략으로 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기업들이 HMR·소스 등 소용량 제품이나 해외 시장 확장을 겨냥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서도 "새로운 제품군·품목에서 성과를 내야 투자 효과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처럼 시장을 뒤흔든 성공 사례와 같은 신성장 동력을 반드시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며 "국내 시장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만큼, HMR·소스 시장과 해외에서 '히트 상품'을 선보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