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닭고기·달걀값이 동시에 오르면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공급 물량 감소와 원가 상승이 겹쳤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속 판매 가격 인상도 쉽지 않아 부담이 누적되는 양상이다.
30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하림(136480)과 마니커(027740), 올품 등 주요 닭고기 생산업체들은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와 대형마트 등에 공급하는 닭고기 가격을 5~10%가량 인상했다. 닭고기 업체가 대형마트와 대리점,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은 지난 27일 기준 1㎏당 4256원이다. 전월 동기 대비 6.7% 오른 수치다. 종계(부모닭) 살처분 확대가 이번 닭고기 가격 상승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2025~2026년 동절기 동안 살처분된 육용 종계는 44만마리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육계 가공업체 관계자는 "종계 감소는 병아리 생산 축소로 이어져 일정 기간만큼 출하 물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AI 영향으로 사육 물량이 줄어들면서 공급이 빠듯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가격은 오르는 추세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닭고기 소매가격은 최근 1㎏ 기준 6500원대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중반 이후 최고치다. 도매가격 역시 1㎏ 기준 4200원대 수준으로 전월 대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달걀값 역시 오름세다. 산란계도 AI 영향으로 살처분되면서 공급이 줄어든 탓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달걀은 외식·가공식품에서 빠질 수 없는 주요 원재료"라며 "닭고기와 달걀은 동일한 가금류 생산 기반인 만큼 수급 변화가 동시에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사료와 식용유, 포장재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원가 부담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육계 가공업체 관계자는 "국제 곡물 가격과 환율 상승 영향으로 사료비가 올랐다"며 "중동 정세까지 불안해지면서 플라스틱 용기와 알루미늄 포장재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난감하다. 국내산 닭 사용 비중이 높은 구조상 원가 상승을 피하기 어렵지만, 소비자 가격 인상도 힘든 상황인 탓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가격 인상엔 선을 긋고 있다. BBQ·bhc·교촌치킨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가격 조정에 신중한 분위기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AI로 인한 공급 감소 상황 속에서도 구매 조직의 선제적 대응을 통해 원육 수급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면서 "가격을 올려도 공급 물량이 없으면 어차피 판매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가맹점에 필요한 물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현재로선 가격 인상보다 비용 조정과 운영 효율화로 대응하는 분위기"라며 "프로야구 시즌 등 성수기를 앞두고 있지만, 이미 소비가 위축된 상태라 무작정 가격을 올리긴 어렵다.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금은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에 따라 업체들도 가격 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눈치를 보다가 가격 인상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비축 물량이 소진되는 시점이 소비자 가격 인상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