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삼립(005610)이 26일 사명을 바꾸고 각자대표를 선임해 경영 체제를 개편했다. 또 정관 개정을 통해 이사 책임을 제한하는 조항도 함께 도입했다.

도세호(왼쪽)·정인호 삼립 각자대표. /삼립 제공

SPC삼립은 이날 오전 9시 30분 경기 안산시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제58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기존 'SPC삼립'에서 '삼립'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지난 2016년 '삼립식품'에서 그룹 명칭인 'SPC'를 붙여 SPC삼립으로 바꾼 지 10년 만이다. 이는 책임 경영·안전·투명성 강화를 내세워 지주사 상미당홀딩스(SMDH) 체제로 전환한 가운데, 계열사 명칭을 정비하고 '삼립' 브랜드로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또 이날 주총 및 이사회를 통해 도세호·정인호 각자대표가 선임됐다. 도 대표는 그룹 내 안전 경영과 노사 분야를 맡아 온 인물로, 현장 중심의 안전 관리 체계 구축을 담당한다. 특히 조직 전반의 안전 문화를 재정립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한국·대만·홍콩 켈로그 책임자를 지낸 글로벌 사업 전문가로, 해외 시장 확대와 경영 체계 고도화를 추진한다.

도 대표는 "안전 최우선 경영으로 고객의 신뢰를 높이고 기업 전반의 투명성을 높여 나가겠다"며 "생산 인프라 고도화·혁신을 통해 베이커리 사업 경쟁력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글로벌 사업과 푸드, 커머스 등 미래 성장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신성장 동력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도 대표는 국정감사에서 시화공장 사망사고를 '인재(人災)'로 규정하고 안전 인력 확충과 시스템 정착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도 대표가 안전 경영 기조를 강조한 가운데, 이번 주총에선 사내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조항이 담긴 정관 변경안도 통과됐다. 사내이사의 책임을 최근 1년간 보수의 6배(사외이사는 3배) 이내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 내용이다. SPC삼립 측은 상법과 표준정관에 근거한 일반적인 수준으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엔 책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정관 변경안을 두고 시기와 적절성을 둘러싼 지적도 나온다.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의결권자문은 최근 이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하면서 "소비자 신뢰 회복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책임 감경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안전 투자 확대와 시스템 개선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신뢰 회복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날 주총은 약 50분 만에 종료됐다. 각자대표 선임과 이사 책임 제한 정관 변경안 등을 포함해 ▲사외이사 선임 ▲재무제표 승인 ▲현금 배당 등 상정 안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제프리 존스 후보가 재선임됐고, 신동윤 후보가 새로 선임됐다. 주주환원 정책도 포함됐다. 현금배당도 보통주 1주당 소액주주 1000원, 대주주 600원의 차등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배당금 총액은 55억6583만1000원으로 시가배당률은 2%다.

한편 지난해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끼임사망 사고와 관련해 공장 책임자들이 사고 10개월여 만에 검찰에 넘겨졌다. 앞서 전날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공장 센터장(공장장)과 생산팀장, 파트장, 라인장 등 7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은 지난해 5월 19일 오전 3시쯤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당시 근로자는 냉각 컨베이어 기계 안으로 들어가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