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페어링할 고량주와 와인을 찾으러 왔습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만찢남'(만화책을 찢어 요리하는 남자)이라는 별명으로 출연한 조광호 셰프는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6 대한민국 주류대상' 시음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 셰프는 서울 송파구에서 '조광 201′이라는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 바이어부터 제조사까지... 280여명 참석

조선비즈는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6 대한민국 주류대상' 프라이빗 시음회를 진행했다. 시상식, 밋업존에 이어 열린 시음회에서 참석자들은 수상작을 중심으로 우리술(전통주), 와인, 위스키, 백주 등 다양한 주류를 맛봤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만찢남'(만화책을 찢어 요리하는 남자)이라는 별명으로 출연한 조광호 셰프가 24일 '2026 대한민국 주류대상' 프라이빗 시음회에 참석했다. /정재훤 기자

시음회에는 조 셰프와 같은 바이어뿐 아니라 주류에 관심 있는 일반인부터 제조사, 수입사 등 업계 관계자 280여 명이 참석했다. 조 셰프는 "식사 시간을 100분으로 제한하고 있어, 적당한 가격대와 용량의 주류를 추천하고 있는데 고량주 수요가 제법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한국증류주협회 사무처장은 "위스키에 이어 유행하는 백주와 데킬라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중국, 멕시코의 현지 식문화가 들어오면서 술도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을지로에 가면 젊은 사람들이 길거리 타코 집에서 데킬라를 곁들이고, 중식당에서 연태고량주가 아닌 고급 백주를 찾는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주류를 소비하는 문화가 달라지면서, 희소성 있는 술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무알코올, 저도주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는 한편 가격대가 있더라도 맛과 원료, 스토리를 따져 선택하는 소비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2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주류대상' 프라이빗 시음회. /권유정 기자

남건우 코리아세븐 상품본부 음료주류팀장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주종도 기본적인 맥주, 소주에서 전통주 등으로 점점 확대되는 추세"라며 "막걸리, 약주, 증류식 소주 등 전통주 중심으로 살펴보려 한다"고 말했다.

술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대학생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대학생 이수민(22)씨는 "아무래도 학생이다 보니 평소에 마실 수 있는 술의 종류가 제한돼 있지만, 이런 자리에서 다양하게 시음해 볼 수 있어 좋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술은 대구전통주의 72도짜리 증류주다. 입에 넣자마자 알코올이 기화하는 게 느껴져서 신기했다"고 덧붙였다.

행사와 인연이 있는 참가자도 많았다. 강현호 대경대 주류제조창업과 교수는 "10년 만에 행사에 다시 왔는데, 그때보다 규모도 훨씬 커지고, 참가자도 다양해졌다"며 "당시에는 업계 관계자들 위주였는데 이제는 대학생 전통주 동호회도 참석하고 전반적인 연령대가 확실히 낮아졌다"고 말했다.

구독자 38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주류학개론'을 운영하는 서원경씨는 "위스키, 스피릿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며 "블라인드로 심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심사한 제품을 다시 한번 맛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주류가 특정되지 않게 다 가리고 하기 때문에 심사위원도 결과를 나중에 알게 돼 제품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주류대상은 올해 13회째를 맞았다. '국내의 좋은 술을 발굴해 널리 알리고, 건전한 주류 문화 형성을 지원한다'는 목표로 조선비즈가 2014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260개 업체가 총 1118개 브랜드를 출품했다. 종합 주류를 다루는 국내 품평회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 중 449개 브랜드가 우리술, 소주, 사케, 맥주, 위스키 등 부문별 대상을 받았다. 박재범 원스피리츠 주식회사 농업회사법인 대표이사도 수상을 위해 참석했다. 래퍼로 유명한 박 대표는 우리술 부문에서 '환영 30'으로 대상을 받았다.

2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2026 대한민국 주류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조선비즈

◇ 시음회 앞서 비즈니스 밋업존도 열려

시음회에 앞서 진행한 밋업존은 올해 처음 운영됐다. 제조사가 바이어 등과 직접 만나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로, 참가자들 수요를 반영해 공식적인 행사로 마련됐다. 일부는 시향, 시음 등을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

임재현 아리네 브랜드디렉터는 "신생 브랜드 입장에서 제품을 알릴 좋은 기회"라며 "밋업을 몇 번 경험해 봤지만 체계화된 자리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무자가 직접 와서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됐고 구매 계약이나 장기적인 파트너십으로 이어지길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준선 롯데백화점 F&B부문 와인&주류팀 치프바이어 소믈리에는 관계자는 "울산, 대구 등 각지의 주류업체를 이렇게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면서 "롯데백화점의 장점이 지방 곳곳에 있다는 건데, 지속적으로 협업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노윤수 신세계 강남점 헤드소믈리에는 "이렇게 실무자가 직접 나오는 경우가 흔치 않다"면서 "화이트 스피릿, 사케 등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좋은 주류업체를 많이 만나고 돌아간다는 점이 큰 소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