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오너가 3세 신상열(33) 부사장이 20일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책임경영이 본격화한 가운데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확장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도 부각되고 있다.
농심(004370)은 20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본사에서 열린 제6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사내이사는 권한과 함께 법적 책임이 수반되는 자리다. 이날 신동원(68) 농심 회장은 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신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것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 "젊은 나이지만 회사에 대한 애정이 크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중장기 비전 전략뿐 아니라 여러 부문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부사장은 고(故) 신춘호 회장의 손자이자 신동원 회장의 장남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직후 2019년 사원으로 입사해 대리, 부장, 상무, 전무를 거쳤다. 올해 1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미래사업실을 이끌면서 투자와 인수합병(M&A), 글로벌 사업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농심의 중장기 성장 전략인 '비전2030' 실행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로 꼽힌다.
농심은 지난해 매출 3조5143억원, 영업이익 1839억원을 기록했지만, 매출의 약 80%가 라면 사업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2030년까지 매출 7조3000억원,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하고 해외 매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 2030′ 목표도 기존 사업 구조만으로는 달성이 쉽지 않다.
농심은 라면과 함께 스낵 사업을 키우는 '듀얼코어' 전략과 네슬레코리아와 협업해 커피·제과 제품 유통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경쟁이 고착화된 시장 특성상 빠른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건강기능식품, 스마트팜 등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확장도 주요 과제다. 지난해 네덜란드에 유럽법인을 설립한 농심은 올해 러시아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확장을 꾀한다. 업계에선 신 부사장의 이사회 합류를 계기로 농심의 체질 개선 속도가 빨라질지 주목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라면 중심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고 해외와 신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느냐가 오너가 3세 경영의 안착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주총은 약 30분 만에 종료됐다. 이병학 농심 대표는 인사말에서 "올해 경영지침을 '글로벌 애자일리티 앤드 그로스(Global Agility & Growth)'로 정하고 성장 기반을 강화하겠다"며 "성과를 바탕으로 주주가치 제고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농심은 미국, 중국 등 전략국가 중심의 성과 창출을 이어가는 동시에 신규 전략시장 확장을 위한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녹산 수출 신공장과 해외법인 간 공급 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글로벌 마케팅 및 판매 역량을 고도화해 국내 시장의 질적 성장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