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초기였던 지난 1일 호르무즈 해협 인접 항구인 아랍에미리트(UAE) 제벨알리항이 폭격을 당해 연기가 나는 모습.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제공

"예상보다 길어지네요. 물류비, 원단비 모두 늘어날 수밖에 없어 최대한 손실을 줄이는 방식으로 실무 대응을 시작했습니다."

3월 초부터 시작된 이란 전쟁을 바라보던 패션업계가 관망에서 손실 축소 대응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생긴 변화다. 주문자 생산방식(OEM)이나 제조자 개발방식(ODM)의 패션 사업을 펼치는 한세실업(105630)이나 영원무역(111770), 글로벌세아 등이 타격을 받고 있다.

이란은 국제 사회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르는 것을 각오하라는 메시지를 냈고 호르무즈 해협을 건너려면 이란의 허락을 받으라고도 발표했다. 세계 원유의 20% 정도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현재 중동산 원유와 석유제품 등을 실은 선박은 통행이 중단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전에서) 우리가 승리했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고 있지만 실제 전쟁은 끝날 기미가 아직은 안 보인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패션사들 대부분이 비용 상승에 무게를 두고 손실 축소 등의 방안을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른 데다가 전쟁이 장기화하면 그 이상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는 탓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일단 원단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합성 섬유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료 대부분이 석유 기반이라서다. '텍스타일 익스체인지'가 지난해 9월 발간한 '2025 소재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섬유 생산에서 폴리에스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이른다.

폴리에스터의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Purified Terephthalic Acid)은 석유에서 추출한 파라자일렌(PX)을 산화시켜 만드는 백색 분말이다. 내열성과 내마모성이 우수해 섬유 원단으로 활용된다.

중동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의 영향으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이 한때 30% 폭등하는 등 국제 유가가 요동친 지난 9일 서울시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서부텍사스산중질유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패션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브렌트유가 10% 상승하면 폴리에스터 원료인 PTA 가격이 한 달 내로 6~8% 오른다"며 "최근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고 이런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서 원가가 오를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고 했다.

물류비도 문제다. 패션업계에서는 당장은 원료비보다도 물류비가 더 문제라고 보고 있다. 원단은 기존 계약분이 있어서 3~6개월 정도의 시간을 벌 수 있지만, 선박 연료비와 항공 운임이 이미 오른 탓이다.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화물 운송 능력이 감소한 것도 문제다. 중동 영공이 폐쇄되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원활하지 않아서 화물 운송 능력이 20%가량 줄었다. 특히 남아시아 등 주요 의류 생산국에서 중동을 경유해 수출하는 경로도 차질을 빚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해운 운송은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운송 시간이 10~14일간 지연되고, 컨테이너 비용도 종전보다 30%는 더 내야 한다"며 "무역을 위해 운송을 원하는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니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납기를 맞추기 위해 다방면으로 해소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