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함께 음식점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지난 1일부터 시행됐지만, 외식업계에선 오히려 '노펫존(No-Pet Zone)'을 선언하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위생·시설 기준과 행정처분 리스크에 기존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했던 일부 소규모 업장들이 운영을 포기하고 있는 겁니다.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에서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개와 고양이 동반 출입이 가능해졌습니다. 식약처는 규제 샌드박스를 진행해 본 결과 반려동물 동반 출입 음식점의 경우 위생 안전 수준 개선, 업계 및 소비자 만족도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 시범 사업을 끝마치고 반려동물 동반 출입 가능 업장을 넓히기로 했습니다.
반려동물 동반 출입을 허용하는 업장은 매장 입구에 안내문을 부착하고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목줄·케이지·전용 의자 등을 통해 이동도 제한해야 합니다. 또 반려동물의 식품 취급 공간 출입을 막기 위해 칸막이나 울타리를 설치해야 하고 음식에는 덮개를 사용해 이물 혼입을 방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차 적발 시 영업 정지 15일, 3차 적발 시 영업 허가 취소까지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경기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법 시행이 발표됐을 때 애견 동반 매장으로 운영할까 고민했지만 바꿔야 할 것이 많고, 손님 민원, 행정 처분 등이 부담돼 포기했다"고 했습니다.
제도 도입 취지는 그동안 반려동물 동반 식당에 대한 위생·안전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반려동물 동반 외식 문화를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시설 투자와 관리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테이블 간격 확보, 동선 분리, 전용 시설 구비 등 업주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단속이나 민원 발생 시 영업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어 소규모 매장일수록 부담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일부 반려동물 동반으로 운영하던 카페와 음식점은 법 시행 이후 까다로운 제도에 오히려 동반 운영을 중단하고 노펫존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반려동물 동반을 허용해 왔던 업주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당 법안이 반려동물의 범위를 개와 고양이로만 한정한 것도 현장에서 혼란을 부르고 있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아닌 페럿(유럽족제비) 등 특수 동물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입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현재 애견 카페를 운영 중인데 시행된 법이 복잡하다", "여태 애견 동반 가능한 매장을 운영했는데 법이 시행되면서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애견 동반석 등을 제대로 갖출 것이 아니라면 섣불리 운영하기는 어렵다", "내일부터 입장 불가로 전환하려고 한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가 대형 매장과 프랜차이즈 중심의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넓은 공간과 시설 투자 여력이 있는 대형 매장은 기준을 맞출 수 있지만, 소형 음식점은 반려동물 출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대형 프랜차이즈들 입장에서도 애견 동반 제도가 사회 전반에 확대되기 전까지는 섣불리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합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정립되고 애견 동반이 자연스러운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 업계가 도입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외식업 프랜차이즈 입장에서도 가맹점마다 사정이 다르고, 털 알러지 등 기존 고객들의 사정도 고려해야 해 내용만 인지하고 도입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소규모 매장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크고, 프랜차이즈나 대형 매장에서는 당장 부담을 안고 애견 동반 매장으로 운영할 이유가 아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앞서 규제 샌드박스에 참여했던 소수의 매장을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식당은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금지돼 있었다"며 "이를 제도권 안에서 풀어주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다. 식품 안전 차원에서 여러 가지 의견 수렴을 해 제도를 마련했고 다양한 의견을 더 듣겠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