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중동 전반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불안정해지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최근 정부 압박 후 형성됐던 가격 인하 분위기가 중동발 리스크로 꺾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달 2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밀가루 제품이 진열돼 있다. /뉴스1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동 사태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물류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완전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해상 운임 등이 상승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지난 3일(현지 시각) 기준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1.4달러로 전장 대비 3.66달러(4.71%)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33달러(4.67%) 상승한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제분업계는 국내 밀 자급률이 1% 안팎에 불과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 유가와 물류비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유가·운임·환율이 동시에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로 원가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업종으로 꼽힌다.

제분업계는 최근 담합 수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가격 인하 압박 후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대외 변수까지 겹치며 부담이 가중됐다. 공정위는 CJ제일제당(097950), 대한제분(001130) 등을 비롯한 국내 제분사 7곳에 대해 밀가루 가격 담합 혐의를 조사 중이다. 앞서 공정위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001790) 등 제당 3사가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약 4년간 설탕 판매 가격을 담합했다며 4083억원(잠정)의 과징금 제재를 내렸다.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국내 주요 제당·제분사는 공정위의 담합 조사 후 밀가루·설탕 가격을 평균 5% 인하했다. 이어 CJ제일제당은 밀가루 제품 가격을 평균 5% 추가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프랜차이즈 등 제빵업계도 가격을 내릴 예정이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오는 12일부터 빵과 케이크 등 총 17종의 공급가를 평균 8.2% 인하한다. 파리바게뜨도 오는 13일부터 빵과 케이크 등 제품 11종의 가격을 인하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중동 사태로 인한 밀가루 수급 이슈는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 물류비, 환율 등에 따른 타격이 있을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식품업계는 정부 압박에 따른 밀가루 가격 인하 이후 가격 조정을 고려하던 시점이었지만, 유가와 환율이 계속 오를 경우 원가 부담은 다시 커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최근 치킨 등 주요 프랜차이즈 관계자들을 소집해 가격 인상 사전 고지 협약에 서명하는 행사를 열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CJ제일제당·사조대림(003960)·오뚜기(007310)·대상(001680)·동원F&B·롯데웰푸드(280360) 등 식품 업체들을 불렀다. 이날은 농심(004370)·오뚜기(007310)·삼양식품(003230)·팔도 등 라면 4사를 소집한다. 농식품부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 수입 원재료 가격, 환율, 물류비 등에 어떤 변동이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동안 인하를 고려하기보다 동결 등을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