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 확산으로 식품 소비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식욕 억제 효과에 따라 소량으로 필수 영양을 보충하는 '소량 고영양' 식단이 떠오르고 있다. 유(乳)업계는 소화 불편 현상을 관리하는 제품군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유업계는 비만치료제 복용 시 포만감 증가·위 배출 지연 등 기전 특성상,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영양 불균형·소화 불편을 관리하는 식품 수요가 확대되면서 고단백·고식이섬유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매일유업(267980)은 지난달 23일 그릭요거트 매일 바이오 라인업으로 고단백, 고식이섬유 등을 담은 '매일 바이오 그릭요거트 Delight 무가당 플레인'을 출시했다. 80g 용량의 한 컵에 단백질 6g이 함유된 고단백 제품으로 식이섬유(3g)는 바나나 1.3개 수준의 분량이다. 유당이 0g인 락토프리(Lactose-Free)로 구성했다. 앞서 매일유업은 저분자 가수분해 단백질로 소화 부담을 낮춘 '셀렉스 코어프로틴 프로', 식물성 단백질, 식이섬유를 포함한 저당 제품 '매일두유 렌틸콩' 등을 출시하기도 했다.
일동후디스는 단백질 음료 '하이뮨' 브랜드 중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 라인업을 통해 영양 밸런스를 맞춘 제품을 출시했다.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는 일반 유단백이 아닌 산양유 단백질을 사용해 소화 흡수율을 높였고 동·식물성 단백질을 6 대 4 비율로 배합한 것이 특징이다. 소화 불량을 유발하는 동물성 단백질보다 식물성 단백질 비중을 늘렸다. 더 나아가 지난달에는 100% 식물성 단백질을 함유한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 음료 식물성 고단백'을 새롭게 출시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해 8월 드링크 요구르트 라인업 '듀오안' 신제품으로 '듀오안 화이바'(Fiber·식이섬유)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식이섬유를 5.5g 함유했다. 유업계 관계자는 "기존 유당 불내증(젖을 소화하지 못하는 증상)이 있는 소비자 등을 겨냥해 저지방·락토프리 제품 등을 내놓던 분위기에서 최근에는 다이어트 시장을 겨냥한 고함량·고식이섬유 제품에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비만치료제 보조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제품은 없지만, 우유 소비가 침체하는 상황에서 고함량·고식이섬유 등 건강을 강조한 유제품 출시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우유 소비가 급감하고 있고, 국내 시장에서는 유당 불내증으로 우유를 섭취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많다. 비만치료제 등 다이어트 트렌드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고식이섬유 음료 제품들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외식업계 일각에서는 비만치료제 확산이 새로운 구조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비만치료제가 포만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외식 빈도와 1회 섭취량이 동시에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월마트와 모건스탠리는 2023년 체중 감량 약을 복용 중인 고객 집단이 식품 지출을 줄였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최근 비만치료제 복용자가 국내에도 증가하는 분위기지만 아직 눈에 띄게 매출에 타격이 있진 않다"면서도 "치료제를 통한 다이어트 등이 더 확산하면 외식업계는 저당·저지방 메뉴 확대, 소포장 제품 출시 등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