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제철 채소로 꼽히는 봄동배추(이하 봄동) 가격이 한 달 새 30% 넘게 올랐다.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중심으로 '봄동비빔밥' 열풍이 불면서 수요를 자극한 영향에 따른 것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레시피·먹방 영상이 퍼진 데 이어 18년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강호동이 봄동비빔밥을 먹는 장면까지 소환됐다. 업계에선 먹거리 유행이 바뀌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원재료 가격 변동 폭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 가락시장 봄동(상 등급) 15㎏ 평균 도매가는 3만6281원이다. 전월 동기 대비 31.2% 오른 수치다. 지난달 11일엔 같은 등급의 봄동 가격이 6만456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는 수요 급증에 따른 현상이다. 이마트(139480)에 따르면 지난달 1~24일 기준 봄동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6% 증가했다. 일부 대형마트 매장에선 봄동이 조기 품절됐고,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B마트에선 지난달 19~25일 기준 봄동 판매량이 전월 동기 대비 약 80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가격 상승은 단순한 제철 수요 효과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봄동은 출하 기간이 짧고 저장성이 낮은 채소다. 갑자기 수요가 증가할 경우를 대비해 물량을 늘리기도 쉽지 않은 품목인 것이다. 특히 올해는 주요 산지인 전남 지역에 설 연휴 전후로 한파와 폭설이 겹치면서 봄동 냉해가 발생했고 봄동 출하 시기도 밀렸다. 공급 여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봄동비빔밥 열풍으로 수요가 늘자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봄동은 애초에 물량을 오래 쌓아두고 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니다. SNS를 타고 소비가 한쪽으로 쏠려 생긴 가격 급등은 막을 방법이 없다"며 "예전엔 방송을 통한 유행·열풍·인기몰이가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지만, 지금은 검색과 주문이 동시에 몰리면서 도매가가 바로 오르는 추세"라고 했다.
과거엔 입소문이나 방송 효과가 지역별·시간차를 두고 확산했지만 최근에는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를 중심으로 유행이 압축된 형태로 퍼지고 있다. 유행이 천천히 스며드는 소비 구조가 아니라 즉각적인 구매 행동으로 전환되는 구조로 바뀌면서 가격 반응 시간도 앞당겨졌다.
이는 비단 봄동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두바이 쫀득 쿠키(이하 두쫀쿠) 유행 당시 두쫀쿠가 전국적으로 주목받자, 핵심 재료로 꼽히는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 코코아 가루 등 일부 원재료 수요가 단기간에 몰리면서 가격이 올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요즘 먹거리 유행은 재미나 화제성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원재료 수급과 가격에 영향을 준다"며 "특히 대체가 어려운 재료일수록 가격 변동성은 커진다"고 했다.
업계에선 이런 현상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에서 SNS로 연결된 소비 환경은 먹방·레시피 유행을 짧은 시간에 집중시킬 뿐 아니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경우 가격 인상으로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며 "대체가 어려운 제철 신선 식품·농산물은 유행 직후 가격 급등 현상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상 기후로 농산물 생산 여건은 불안정하고 콘텐츠 기반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먹거리 유행 속도까지 빨라진 만큼, 이를 흡수·반영하는 완충 기간은 짧아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