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이 6조원대로 커지면서 다이소·편의점·배달플랫폼·드럭스토어 등 유통 채널이 앞다퉈 진입하고 있지만, 정작 식품업계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겉으로는 시장이 커지는 듯 보이지만, 내부에선 과열 경쟁과 구조적 리스크를 경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랜드 내에 개점한 창고형약국을 찾은 고객들이 건강기능식품 등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동아제약과 협업해 배민B마트에서 5000원 균일가 소용량 영양제를 최근 출시했다. 다이소는 저가·소포장 건기식을 매장 전면에 배치했다. 편의점 GS25, CU 등도 전용 매대를 운영하고 있다. CJ올리브영도 균일가·전용 매대를 확대했다.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건기식 소비 구조가 빠른 회전 및 저가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식품업계에서는 hy가 자사몰 프레딧을 통해 건기식을 판매하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정관장으로 건기식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고, 여러 브랜드와 협업해 다양한 비홍삼 건기식을 내놓고 있다. 대상홀딩스(084690)는 자회사 대상웰라이프를 통해 환자용 균형 영양식 브랜드 뉴케어, 마이밀 등을 선보이고 있다. 농심(004370)은 라이필 브랜드를 통해 콜라겐 기반의 기능성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품 업체는 건기식 시장 진출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제품 개발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기능성 입증, 표시·광고 심의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는 반면, 특정 성분 유행 주기는 짧아 불확실성이 큰 탓이다. 특히 최근 소셜미디어(SNS)·홈쇼핑 중심의 빠른 소비가 트렌드가 되면서 식품업계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hy나 KGC인삼공사처럼 기존 주력 제품들이 건강과 관련 있는 회사들은 연구·개발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제과 등 다른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시간을 쏟다 보면 건기식 트렌드가 변하는 리스크가 있다"고 했다. 이어 "건기식은 성분 하나가 인기를 끌면 관련 제품이 쏟아지고 1~2년 지나면 또 다른 성분이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한 건기식은 제약사의 기획·브랜딩과 유통사의 가격·진열 통제가 결합된 구조로, PB(자체 브랜드) 확대와 균일가 정책 속에서 제조사는 마진 압박을 감수해야 한다. hy 등 일부 식품 기업은 자회사·전문 브랜드를 통해 진출했지만, 업계 전반에서는 유통사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이미 레드오션(포화 시장)에 가까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 경쟁자가 너무 많아 투자해야 하는 연구·개발비 등의 비용 대비 수익성에 대한 기대치가 크지 않다"며 "또 식품사 입장에서는 제약사와 경쟁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채널 확보, 소비자 신뢰도 측면에서 제약사를 앞서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아울러 기능성 오인 우려에 관한 강한 규제도 걸림돌이다. 허위·과장 광고 단속과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임상·연구에 투자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표기 방식 등은 식약처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지켜야 하고, 사용 가능한 원료가 한정돼 있는 등 제약이 많다"며 "건강과 관련한 제품이라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은 없고,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는 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식생활·건강 데이터 분석, 설루션 제공 등 헬스케어 사업으로 확장에 나서는 분위기다. 대상웰라이프는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앱 'MyTHS'를 개발 중이고, 풀무원(017810)은 영양 진단과 식생활 분석을 통해 2주간 식단·혈당·생활 리듬 데이터를 관리하고, 맞춤형 건강 관리 설루션을 제안하는 '뉴트리션 디자인 프로그램(NDP)'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