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장기화로 가성비 외식 메뉴들이 주목 받으면서 버거 시장에서 치킨 패티를 앞세운 메뉴가 확산하고 있다. 소고기 패티 중심이던 버거 시장에서 원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닭고기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치킨 업계에서 아예 버거 시장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이어지면서 업계 간 경계가 흐려지는 모습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치킨 패티를 앞세운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는 지난 6일 유튜버 침착맨과 협업한 '통다리 크리스피치킨버거' 2종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2주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하면서 목표 대비 210%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맥도날드는 닭다리살 패티에 매운 마라 소스를 결합한 '맥크리스피 마라 버거' 2종을 선보였다. 버거킹은 지난해 4월 출시한 치킨 패티 버거 '크리스퍼'가 출시 3개월 만에 200만개 이상 판매되면서 지난달 29일 해당 버거를 업그레이드한 '더(The) 크리스퍼' 2종을 추가로 출시했다.
대표 메뉴인 싸이버거를 필두로 치킨 패티 버거 강자로 꼽히는 맘스터치도 12일 인기 메뉴를 기간 한정으로 다시 선보이는 'Back to the TOUCH' 프로젝트를 론칭하고, 첫 번째 라인업으로 닭다리살 패티를 활용한 '할라피뇨통살버거'를 재출시했다.
최근 주요 버거 프랜차이즈에서 햄버거 세트 가격이 1만원에 근접하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커진 상황이다. 업계는 고기 패티 대신 치킨 패티를 통해 가격 부담을 낮추고 수요를 방어하려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주요 프랜차이즈에서 소고기 패티 버거는 단품 기준 8000~9000원 가격대가 형성된 반면, 치킨 버거는 4000~7000원대로 가격 차가 나타났다. 버거킹의 경우 대표 메뉴인 '와퍼' 단품은 7400원, 더 크리스퍼는 5700원이다. 롯데리아는 단품 기준 통다리 크리스피치킨버거, 핫크리스피 버거, 치킨버거 등이 4300~6900원대, 한우불고기버거, 리아불고기버거 등이 5000~9000원대에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업계에서는 치킨 패티가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원가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수입 소고기 패티는 환율·물류비 영향을 크게 받는 반면, 국산 위주인 닭고기는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낮은 편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버거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식업계 물가 상승으로 가성비 메뉴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며 "프랜차이즈들이 본인들의 브랜드를 소비자가 접근하고 경험하는 측면에서 부담스러운 물가 상황에서 접근하기 쉬운 라인업들을 보강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치킨 패티 버거의 경우 원가 부담이 소고기 패티보다 큰 버거들도 있다"며 "단순 원가 부담 때문이라기보다는 업계에서 소고기 패티가 주를 이루다 보니 메뉴 다양화 측면에서 치킨 패티 라인업을 강화하는 업계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햄버거 사업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햄버거업계 치킨 버거 확산에 치킨 프랜차이즈와 경계가 흐릿해진 상황이다. bhc·BBQ·교촌 등 치킨업계도 점심 수요 공략을 위해 버거·샌드위치 메뉴를 시험 도입하며 햄버거 시장으로 영역 확장하고 있다.
BBQ는 2018년부터 'BBQ 치킨버거'를 판매 중이다. bhc는 지난해 10월 오픈한 서울 개포자이스퀘어점에 치킨 버거 3종을 판매했다. 교촌에프앤비(339770)는 지난해 11월 판교 사옥 1층에 델리 브랜드 '소싯'을 론칭해 치킨 버거와 샌드위치를 판매 중이다. 중견 치킨 브랜드인 푸라닭치킨이 운영하는 버거 프랜차이즈 '움버거앤윙스'는 출범 1년 만에 전국 가맹점 수가 30호점을 넘어서면서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닭고기 전문성을, 버거 브랜드는 접근성과 메뉴 다양성을 앞세워 경쟁에 나서는 분위기다.
다만 치킨버거가 전체 매출 구조에서 주류를 차지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햄버거 업계는 여전히 소고기 패티 버거가 주력인 만큼, 치킨버거는 가격 방어용이자 신규 수요 유입 카드로 활용되는 단계라는 평가다. 한 버거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최근 신제품들이 출시되고 인기가 있었던 것도 맞지만 여전히 주류는 소고기 패티"라며 "다만 치킨 업계를 비롯해 경쟁자가 다양해진 만큼 치킨 패티 라인업 강화에도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