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식품·외식업계가 전통의 맛과 멋을 전면에 내세운 케이(K)헤리티지(Heritage·유산)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한복을 입힌 마스코트 굿즈부터 전통 간식을 재해석한 디저트, 귀한 손님 대접을 위한 보자기에서 착안한 패키지 등을 통해 할인 경쟁으로만 치닫는 설 연휴 소비가 아닌 '가장 한국적인 경험'을 파는 무대로 재구성한 것이다.
13일 식품·외식업계에 따르면 커피 프랜차이즈 할리스는 설 명절을 맞아 브랜드 마스코트 '할리베어'가 전통 한복을 입은 '한복 할리베어 키링' 3종을 출시했다. 색동저고리와 노리개, 갓 등 한복의 디테일을 살린 만큼,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기념품 수요까지 공략하고자 기획한 상품으로 알려졌다.
전통 식재료와 간식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디저트도 출시됐다. 배스킨라빈스는 찹쌀떡과 곡물 크런치를 활용한 '아이스 찹쌀 한과'를 출시해 한과 특유의 식감을 아이스크림으로 재해석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베이커리로 알려진 '태극당'과 협업해 전병과 쿠키를 결합한 세트를 선보였다. 이 외에 도미노피자는 전통 보자기 이미지를 적용한 '설 특별 피자박스' 패키지로, 피자를 마치 설 선물처럼 포장하기도 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한국적인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요소를 제품이나 굿즈, 패키지에 활용한 사례가 많아지는 분위기"라며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현대인들의 언어로 번역한 접근으로 수요 공략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설을 앞둔 식품·외식업계의 K헤리티지 경쟁은 단순 명절 한정 마케팅을 넘어, 브랜드 정체성과 한국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각인시키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고물가와 내수 침체로 소비가 둔화한 가운데 명절 선물 시장도 단순 가격·할인 경쟁만으로는 구매 효과가 떨어지면서 '의미 있는 소비'가 새로운 선택 기준으로 부상한 덕이다.
방한 관광객 증가도 이 같은 전략이 힘을 얻는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5년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894만명으로 2024년(1637만명) 대비 15.7% 증가했다. 최근 10년 기준 연간 최대치다. 특히 올해 중국 춘절 연휴 기간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 유입도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설 연휴 전후로 한국적인 굿즈·디저트를 선호하는 외국인 관광객 소비 성향을 정조준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주된 평가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요즘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K콘텐츠를 통해 이미 한국 문화에 대한 친숙도가 높다. 단순 '관람용 문화'가 아닌 굿즈나 식품처럼 소유하고 경험할 수 있는 소비 대상으로 보는 경향도 강한 편"이라면서 "특히 설 명절용 굿즈·제품에 담긴 우리나라 전통 요소가 구매를 결정짓는 요인이 된 것"이라고 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설 명절을 계기로 전통 요소를 활용하는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타깃층과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단순 시즌성 이벤트로 끝날 수 있다"며 "외국인과 내국인이 좋아하는 전통 요소가 다른 만큼, 전략적 접근과 굿즈·패키지에 대한 디테일한 설계가 뒷받침돼야 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