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카페일수록 '원두를 직접 가공한 커피'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지, '커피 가루를 사다 썼다'고 하진 않는다. 초콜릿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원하는 풍미를 내려면 카카오 빈부터 직접 가공해야 한다."
밸런타인데이를 나흘 앞둔 지난 10일 오후 경상남도 양산시에 있는 롯데웰푸드(280360) 양산공장에서 만난 최명완 양산공장장은 "이 공정을 통해서만 우리가 원하는 풍미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 초콜릿의 정체성은 카카오 빈에서부터 결정된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롯데웰푸드 양산공장은 국내 주요 식품 기업 중 카카오 빈(Cacao bean)을 직접 가공해 카카오매스(Cocoa liquor, 초콜릿 핵심 원료로 사용되는 액체 상태의 순수한 카카오)를 생산하는 'BTC(Bean to Chocolate) 라인'을 갖춘 유일한 공장이다. 1995년 처음 BTC 라인을 도입한 이후 31년째 카카오매스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카카오매스를 수입해 사용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초콜릿의 출발점인 원료 단계부터 맛과 향을 직접 설계해 온 셈이다.
현재 양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카카오매스는 새로 구축한 설비에서 생산돼 초콜릿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9월 약 150억원을 투입해 BTC 라인에 신규 카카오 빈 가공 설비를 설치했다. 기존 설비의 시간당 카카오매스 생산량이 1톤(t) 수준이었다면, 신규 설비의 시간당 최대 생산능력(CAPA)은 2.5t으로 확대됐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공정 수가 약 25% 줄어 관리와 유지 보수 효율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BTC 라인 공정은 해외 산지에서 들여온 카카오 빈을 세척하고 이물질을 제거하는 단계에서 시작된다. 세척을 마친 카카오 빈은 호퍼(Hopper, 일정량의 원료를 저장해 다음 공정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공간)에 담긴 뒤 위노와(Winnower) 설비로 이동된다. 이 공정에선 카카오 빈을 파쇄해 초콜릿 원료로 사용되는 카카오 닙(Cacao Nib)과 껍데기인 카카오 셸(Cacao Shell)을 분리한다.
분리된 카카오 닙은 로스터(Roaster)에서 살균과 로스팅을 동시에 거친다. 이때 로스팅 조건에 따라 카카오 특유의 쓴맛과 산미, 고소한 향의 균형이 달라지기 때문에, 공장에서는 원료 특성에 맞춰 세부 조건을 조정한다. 로스팅을 마친 카카오닙은 3단계에 달하는 분쇄 과정을 거쳐 고체 원료가 액체 상태로 변하면서 카카오매스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생산된 카카오매스는 롯데웰푸드 대표 제품 '가나'·'크런키' 등의 핵심 원료로 사용된다. 양산공장은 'ABC초콜릿' 주력 생산 공장인 만큼, ABC초콜릿 생산 설비 하나에서 1분당 약 860알의 ABC초콜릿이 생산된다. 이를 기준으로 하루에 생산되는 ABC초콜릿은 약 8800~9000 박스다.
롯데웰푸드는 양산공장 BTC 라인을 중심으로 초콜릿 브랜드 전반의 품질 일관성을 관리하고 있다. 오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시기에도 생산량을 늘리는 등 방식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특정 기념일에 맞춰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기보다는, 연중 계획된 일정에 따라 공정을 운영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양산공장 BTC 라인은 롯데웰푸드 모든 초콜릿 제품의 심장과 같은 곳"이라며 "BTC 공정을 통해 대한민국 초콜릿의 기준을 높이고 차별화된 맛과 품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