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식품 사업을 이끄는 롯데웰푸드(280360)와 롯데칠성(005300)음료의 지난해 성적표가 엇갈렸다. 롯데웰푸드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4조 클럽'을 지켜냈지만, 롯데칠성음료는 내수 부진 여파로 1년 만에 4조원대 매출에서 밀려났다.
다만 영업이익은 두 회사 모두 원가 부담과 소비 둔화의 영향을 피하지 못하지 각각 전년보다 감소했다. 양사 모두 올해 글로벌 시장을 돌파구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웰푸드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4조216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역대 최대 매출이다. 반면 연간 영업이익은 1095억원으로 전년 대비 30.3% 감소했다. 롯데웰푸드는 수익성 악화의 배경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일회성 비용 부담을 꼽았다. 롯데웰푸드 측은 "지속적인 경영 효율화에도 불구하고 원재료와 일회성 비용 부담의 영향을 받았다"며 "2024년 시작된 코코아 가격 폭등세가 지난해까지 이어지면서 이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가나·몽쉘 등 초콜릿 원료 사용 비중이 높은 제품군이 많아 코코아 시세 변동에 민감하다. 코코아 가격은 수년간 톤당 2000달러대 중반에서 형성돼 왔으나, 2023~2024년 서아프리카 작황 부진 등의 영향으로 급등했다. 2024년 말에는 코코아 선물 가격이 톤당 1만256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가격은 조정 국면에 들어서며 지난해에는 톤당 6000~7000달러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평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원재료 가격 하락분이 실제 손익에 반영되기까지 재고 소진과 계약 구조에 따른 시차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롯데웰푸드는 상반기 중 높은 원가 재고 소진 후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라며 "해외 법인 가격 인상 및 인도 빙과 공장 안정화 등으로 인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코코아 시세는 작년 4분기부터 전년 대비 하락 전환했고, 올해 4월부터 투입단가 하락이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97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1672억원으로 9.6% 줄었다. 2023년 처음으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4년에는 4조원을 넘어섰지만 지난해 다시 3조원대로 내려앉았다.
롯데칠성 측은 "불확실한 대외 환경과 지속되는 경기 침체, 내수 부진, 날씨 변동성 확대, 주요 판매 채널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체적인 음료 및 주류 판매량이 줄며 전년 대비 매출액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국내 음료와 주류 사업이 동시에 위축되면서 외형과 수익성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롯데칠성은 지난 2024년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밝히면서 2028년까지 매출 5조5000억원 달성과 해외 비중 45% 확대를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2025년 매출 4조3100억원, 영업이익 2400억원을 목표로 설정했지만, 지난해 실적은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 신규 수출 국가 발굴, 현지 생산 확대 노력
두 회사 모두 올해 이후를 대비해 해외 사업을 중심으로 한 수익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를 앞세운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24년 '연매출 1조원 메가 브랜드' 육성 전략을 발표하며 빼빼로를 핵심 제품으로 지정한 바 있다.
빼빼로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870억원으로 집계돼 전년(701억원) 대비 24.1% 증가했다. 롯데웰푸드는 인도와 중앙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현지 판매' 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7월부터 인도 하리아나 공장에서 빼빼로 생산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현지 생산 비중 확대를 통해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낮춘다는 전략이다.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일부 국가까지 판매 지역을 넓힐 수 있어 글로벌 확장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푸네 빙과 공장 역시 단계적으로 증설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밀키스', '레쓰비', '알로에주스' 등을 미국과 러시아,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 수출 중이며, 주력 브랜드를 기반으로 신규 국가 발굴과 판매 채널 개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할랄 제품을 확대해 중동과 동남아 등 신규 시장 공략도 병행하고 있다.
주류 부문에서는 과일소주 브랜드 '순하리'를 중심으로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주류 유통사 E&J갤로와 협력해 미국 내 판매 지역을 48개 주, 판매처를 약 2만4000곳까지 확대했다. 롯데칠성은 올해도 유통망과 마케팅을 동시에 확대해 해외 주류 사업의 외형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시장은 소비 심리 위축세가 장기화되고 있어 롯데칠성이 단기간 내 판매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매출 규모가 가장 큰 필리핀 법인의 수익성 개선 프로젝트 효과가 이어지고 있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