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특급호텔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선물세트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과거처럼 한우·굴비·과일 등 산지 상품을 중개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호텔이 직접 기획한 가정간편식(HMR), 생활용품 등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점이 특징이다. 객실 수요 변동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는 동시에, '호텔 경험'을 상품화해 브랜드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올해 설 선물세트에 처음으로 '찜갈비' 선물세트를 선보인다고 전날 밝혔다. 롯데호텔은 김치, 프라임 LA갈비, 1+ 등급 프리미엄 횡성 한우, 제주 연안 은갈치와 옥돔 등 다양한 식음 PB 라인업을 최근 몇 년간 꾸준히 구축해 왔다.
여기에 호텔 유료 멤버십 '트레비클럽 액티비엘(TREVI CLUB Activiel)'도 설 선물 상품으로 내놨다. 시그니엘과 롯데호텔 등 국내 7개 체인의 피트니스 및 사우나 이용 혜택이 포함된 체험형 상품으로, 호텔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물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세계적인 비주얼 아티스트 제이슨 아티엔자와 협업한 '워커힐 프레스티지 타월 세트'를 처음 선보이며 생활용품 PB 라인업을 강화했다. 호텔신라는 올해 설을 맞아 143종에 달하는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이 가운데에는 '신라 기프트베어 키링'도 포함됐다. 신라베어 키링은 평소에 꾸준히 판매되는 제품인데 설을 맞아 신라베어가 선물 상자를 안고 있는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조선호텔앤리조트 또한 품목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400만원 상당의 '클럽조선 VIP 멤버십'을 명절 선물로 마련하는 한편, 스테디셀러인 '조선호텔 김치'를 다양한 구성의 세트로 선보였다. 식재료 중심이던 기존 명절 상품에서 호텔 멤버십과 자체 식음 PB까지 아우르게 됐다.
호텔업계는 예전부터 한우와 굴비 등 프리미엄 식재료를 중심으로 설·추석 상품을 운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호텔 셰프와 파티시에의 레시피를 적용하거나, 호텔 브랜드를 전면에 앞세운 PB 상품이 주력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변화는 2020년 전후로 본격화됐다. 코로나19 이후 객실 수요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호텔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식음 및 라이프스타일 상품으로 눈을 돌린 결과다.
초기에는 호텔 특유의 향을 담은 디퓨저나 침구 같은 리빙 PB가 먼저 등장했으나, 현재는 그 범위가 급격히 넓어졌다. 예컨대 롯데호텔앤리조트는 프리미엄 침구 브랜드 '해온(Heon)'을, 한화호텔앤리조트(더 플라자)는 리빙 브랜드 'P-컬렉션'을 운영하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 역시 '조선 테이스트 앤 스타일'을 통해 객실 베딩부터 베이커리까지 카테고리를 대폭 확장했다. 단순히 기념품에 그쳤던 호텔 선물세트가 최근에는 생활용품, 간편식(HMR)까지 아우르는 독자적인 브랜드 상품으로 재편되는 셈이다.
이처럼 호텔 업계는 숙박 중심이던 수익 구조를 라이프스타일 전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설·추석은 기업 선물과 프리미엄 개인 수요가 동시에 몰리는 시기다. 호텔 PB 상품은 숙박보다 원가 구조가 단순하고, 비교적 짧은 기간에 매출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호텔 브랜드를 경험하지 않은 고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어 마케팅 효과도 크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을 넘어 고객의 가정 내에 호텔의 맛과 향을 심음으로써 향후 실제 투숙으로 유도하는 브랜드 '락인(Lock-in)'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일부 호텔은 설 선물세트로 소비자 반응을 먼저 살핀 뒤, 반응이 좋은 상품을 정식 출시해 상시 판매 라인업으로 키우고 있다. 조선호텔 김치가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호텔 PB는 단순히 기성품에 호텔 로고만 붙여 파는 수준을 넘어, 호텔만의 독점적 레시피와 고유의 스펙을 적용한 전용 제품군으로 진화했다"라며 "오직 해당 호텔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는 독점성이 명절 선물의 희소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