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섭취를 줄이려는 흐름이 커피 시장 지형을 바꾸고 있습니다. 카페인 함량을 10% 이하로 낮춘 '디카페인(Decaffeinated)'을 넘어 아예 카페인을 배제한 '무(無)카페인' 커피 수요가 늘면서 보리·치커리 등 식물성 원료로 커피 풍미를 구현한 '대체 커피'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모습입니다. 업계는 이를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즐겁게 하는 건강 관리)와 웰니스(Wellness·삶의 질)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커피 시장에까지 확장한 결과로 보고 관련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페인 함량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카페인이 아예 없는 음료를 소비하는 경향이 커지는 추세입니다. 디카페인은 커피 원두를 사용해 가공 과정에서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인 만큼, 소량의 카페인이 음료에 남아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이와 달리, 대체 커피는 애초에 카페인이 없는 보리나 치커리 뿌리 등을 사용해 커피 특유의 풍미만 재현한 음료입니다. 커피 업계 관계자는 "수면의 질이나 위장 부담, 두근거림 등을 이유로 카페인 섭취를 관리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무카페인 대체 커피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전 세계 대체 커피 음료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4억1000만달러(한화 약 3조4900억원)에 달합니다. 이후 대체 커피 시장은 연 평균 6.98% 성장해 2034년엔 44억1000만달러(약 6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통 커피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성장 속도가 더딘 것과는 대비되는 흐름이죠.
이는 최근 식음료(F&B) 시장 전반을 관통하는 헬시 플레저·웰니스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당류·알코올·카페인 등 자극적인 요소는 줄이되, 맛과 즐거움은 포기하지 않으려는 소비 성향이 커피 시장에까지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주된 시각입니다.
특히 전통 커피 시장에선 소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대를 틈새시장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카페인으로 인한 각성 효과가 중심인 커피 소비는 주로 오전 업무 시간대에 집중됩니다. 아침 공복 시간대나 저녁 이후로는 위장 부담 또는 수면 장애 등을 우려해 커피 마시는 것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무카페인 대체 커피는 전통 커피 소비가 없거나 줄어드는 시간대 공략에 안성맞춤인 음료"라며 "기존 커피 시장과 겹치지 않는 소비 영역에 있는 만큼, 전체 커피 시장을 넓힐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로도 매력적"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한국의 대체 커피 시장은 카페인이 아예 없는 원료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습니다. 차(茶) 브랜드 티젠(TEAZEN)은 100% 보리 원료를 사용한 무카페인 대체 커피 '티젠 카페 오르조'를 지난달 말 출시했습니다. 이탈리아어로 보리를 뜻하는 오르조(Orzo)는 유럽에서 오래전부터 커피 대용 음료로 소비돼 왔습니다. 볶은 보리를 갈아 추출한 오르조 커피는 커피 특유의 풍미와 고소함을 구현했습니다.
빙그레(005180)는 지난해 9월 치커리 원료를 활용한 RTD(Ready to drink) 형태의 액상 음료 '치커리 브루 블랙'을 선보이면서 대체 커피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아메리카노와 유사한 맛을 구현하면서 치커리 특유의 은은한 단맛과 쌉쌀한 풍미가 특징입니다. 빙그레에 따르면 출시 첫 달에만 5만개 이상 판매됐습니다. 이 외에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Nestlé)도 보리와 맥아, 호밀, 치커리 등을 활용한 무카페인 커피 대체 음료 '카로(Caro)'와 '페로(Pero)'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대체 커피를 기존 커피를 직접 대체하는 시장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커피 소비가 없거나 줄었던 시간대와 상황을 흡수하는 시장이라고 분석합니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커피를 마시느냐 마시지 않느냐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언제, 얼마나 부담 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됐다"며 "헬시 플레저·웰니스 트렌드가 이어지는 한 무카페인 대체 커피 수요도 점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고 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카페인은 단순한 트렌드 유행이라기보다 카페인 섭취를 관리하려는 소비 기준 변화가 누적된 결과인 만큼, 전통 커피 시장의 외연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