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식품업계를 관통한 키워드가 '단백질'이었다면 올해는 '식이섬유'가 전면에 등장할 전망입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체중 관리 약물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고 소화를 완만하게 돕는 식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식품 기업들이 잇따라 식이섬유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언급하는 가운데, 국내 식품업계도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이른바 '파이버 맥싱(Fiber maxxing·식이섬유 섭취 극대화)'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입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파이버 맥싱 트렌드가 소셜미디어 등을 기반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이는 하루 권장 섭취량을 채우는 수준을 넘어, 매 끼니마다 식이섬유 섭취량을 계산해 최대한 늘리는 식습관을 뜻합니다. 단순히 채소를 조금 더 먹는 차원이 아니라, 식단 전반을 섬유질 중심으로 설계하는 라이프스타일인 셈입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양배추, 렌틸콩, 치아시드, 귀리처럼 저렴하고 흔하지만 섬유질이 풍부한 식재료를 활용한 식단을 공유하는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 역할을 하면서 장 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식이섬유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떠오르면서 국내 식품사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선 상황입니다.
hy는 발효유 브랜드 '메치니코프' 신제품을 통해 1회 섭취량 기준 최대 8g의 식이섬유를 담은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무가당 플레인과 과일 풍미 제품으로 라인업을 구성했고 상반기 중 그릭요거트 제품도 추가 출시한다는 계획입니다.
오뚜기(007310)는 현미와 보리를 활용해 식이섬유 함량을 높인 즉석밥 제품을 내놨습니다. 기존 제품 대비 1인분 기준 섬유질을 늘려 별도의 보충제 없이도 일상 식사에서 섭취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입니다.
오리온(271560)은 단백질쉐이크에 식이섬유를 더한 '닥터유 프로(PRO) 단백질쉐이크'를 출시했습니다. 단백질 24g과 식이섬유 5g을 담고 당 함량은 2g으로 낮췄습니다. 단백질의 근육 생성 효과에 식이섬유의 포만감을 결합해 기능적 시너지를 노렸습니다.
◇ 글로벌 식품 CEO들 식이섬유에 주목
글로벌 식품기업들도 식이섬유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크리스 켐프진스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2026년을 좌우할 핵심 트렌드 가운데 첫 번째로 식이섬유를 꼽았습니다. 라몬 라구아르타 펩시코 CEO도 지난해 실적 발표에서 "식이섬유는 차세대 단백질"이라며 "식단에서 가장 부족하지만 가장 큰 기회를 가진 영양소"라고 했습니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CEO는 최근 다보스 포럼에서 "소비자들은 분명 더 많은 단백질을 원하고 있다"라면서도 "상쾌함과 단백질에 대한 수요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올해는 식이섬유도 음료에 더 포함될 수 있다"며 "섬유질은 물에 잘 녹아 음료에 적용하기 쉽고,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제품에 담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소비자 인식은 관건이라고 했습니다. 일본에서 2017년부터 판매 중인 '다이어트 코크 파이버플러스'가 아직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죠.
식이섬유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고단백 식단의 일상화'가 있습니다. 근육 중심의 영양 전략이 보편화되면서, 소비자 관심이 장 건강과 포만감, 혈당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식이섬유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건드릴 수 있는 드문 영양소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가공된 단백질 파우더에 피로감을 느낀 젊은 층이 채소·콩류·통곡물 같은 비교적 가공도가 낮은 식품으로 회귀하는 현상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여기에 위고비 등 체중 관리 약물 확산이 더해지면서, 포만감 유지와 소화 속도 조절 기능을 가진 식이섬유의 존재감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단백 제품이 포화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식이섬유는 기존 제품군에 비교적 자연스럽게 결합할 수 있는 요소"라며 "당분간 발효유, 간편식, 음료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섬유질 강화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