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트렌드에서 한때 밀려났던 뷔페 업계가 고물가 장기화 속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가성비 뷔페의 대표 주자인 이랜드이츠의 애슐리퀸즈와 자연별곡을 필두로, 롯데GRS는 한식 뷔페 복주걱을 선보였고, 아워홈도 오는 4월 뷔페 형태의 신규 외식 브랜드를 열 예정이다.

애슐리퀸즈 샐러드바 전경. /이랜드이츠 제공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한식 뷔페 자연별곡은 최근 가격 실험에 나섰다. 이랜드이츠는 자연별곡을 성인 기준 평일 1만29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테스트 매장을 지난달 성남 분당구 야탑동에 열었다. 점심, 저녁 가격은 동일하다. 기존 자연별곡 매장은 성인 기준 평일 1만9900원이다. 일부 지점은 저녁에 2만5900원을 받는다.

이랜드이츠에 따르면 개점 후 일주일 사이 다녀간 고객은 5000명이 넘는다. 야탑점은 오픈 첫 주 평균 회전율 7.7회, 주말에는 9.8회를 기록했다. 이랜드이츠 측은 "자연별곡이 이랜드이츠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라며 "단기간 내 대규모 확장보다는 고객 반응과 운영 데이터를 충분히 검토한 뒤 향후 적용 여부를 신중히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양식 뷔페 애슐리퀸즈는 이랜드이츠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매출은 2023년 2300억원에서 2024년 4000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랜드이츠는 작년 8월 F&B 브랜드 9개에 대한 매각 절차에 들어갔지만, 애슐리퀸즈와 자연별곡, 피자몰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했다. 공통점은 모두 뷔페형 가성비 외식 브랜드라는 점이다.

매장 수 역시 회복세다. 애슐리퀸즈 매장 수는 2019년 100여개에서 2022년 59개까지 줄었지만, 2023년 77개, 2024년 109개로 반등했다. 성인 기준 평일 점심 가격은 1만9900원으로, 스시와 시푸드, 라이브 그릴 등을 포함해 메뉴 수는 200여종에 달한다. 식자재 유통 법인 이랜드팜앤푸드를 통해 유통 단계를 줄이고 원가를 낮추는 구조를 구축한 전략이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대기업 계열 외식업체들도 잇따라 참전하고 있다. 롯데GRS는 지난해 8월 부산 롯데백화점에 한식 뷔페 복주걱을 열었다. 성인 기준 가격은 평일 1만5900원, 주말 1만6900원이다. 점심, 저녁 가격은 동일하다.

아워홈 역시 오는 4월 뷔페 형식의 신규 외식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편입 이후 처음 내놓는 외식 브랜드다.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 10층 한식뷔페 복주걱. /롯데백화점 제공

과거에는 프리미엄 레스토랑이나 오마카세 등 고가 외식이 주목받았지만, 엔데믹 이후 경기 둔화와 소비 심리 위축이 겹치며 외식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단품 메뉴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오히려 정해진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뷔페가 실속형 외식의 대표 선택지로 부상한 모습이다. 단품 외식의 가격 부담이 커질수록, 한 번에 여러 메뉴를 즐길 수 있는 뷔페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인 셈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뷔페로 향하는 배경에는 체감 물가 상승이 있다. 국가통계포털 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4% 상승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1%)을 0.3%포인트 웃돌았다.

업체 입장에서도 운영 구조 측면에서 뷔페는 고물가 환경에 대응하기 유리한 모델이다. 메뉴 구성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고, 특정 원재료 가격이 급등할 경우 다른 품목으로 대체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또 손님이 직접 음식을 가져다 먹는 구조상, 서빙 인력이 일반 식당보다 현저히 적게 든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일일이 조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용량으로 한꺼번에 조리해 내놓기 때문에 주방 인력의 생산성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국면에서는 소비자들이 '얼마를 쓰느냐'보다 '같은 돈으로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하느냐'를 더 따지게 된다"며 "뷔페는 가격이 미리 정해져 있어 지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없고, 다양한 메뉴를 한 번에 즐길 수 있어 체감 만족도가 높은 외식 모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