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제맥주 업계가 경영난으로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몇 년 새 주류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수제맥주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대기업이나 편의점 등과의 협업 및 저가 경쟁이 겹치면서 비용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을 대표하는 양조업체 중 하나였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가 파산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지난해 8월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간 회사는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결국 기한 내 회생 계획안을 제출하지 못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가 성수동에서 운영하던 양조장 겸 펍. /권유정 기자

앞서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지난달 14일 양조장 겸 펍인 성수동 매장 영업을 종료했다. 지난 2016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의 첫 브루펍으로 개장한 성수점은 이른바 '도심 속 양조장'으로 불리며 수제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선 상징적인 공간으로 통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수제맥주 호황에 힘입어 외형을 키우며 기업공개(IPO)까지 추진했지만, 성장세가 둔화하며 결국 계획을 포기했다. 회사는 2023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2023년 22억원대에서 2024년 29억원으로 불어났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급성장한 수제맥주 수요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줄고 있다. 수제맥주에 관심을 가졌던 MZ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위스키, 와인, 하이볼로 옮겨가고 저도주나 무알코올을 선호하는 흐름까지 확산하는 영향이다.

대기업이나 편의점과 협업 경쟁이 과도해진 것도 수제맥주 경쟁력이 약해진 배경으로 꼽힌다. 대량 생산을 위해 설비 투자를 확대했지만, 대내외 환경 변화로 원가나 물류, 유통 비용 부담이 커졌다. 묶음 또는 할인 판매로 수제맥주 특유의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1세대 수제맥주 업체로 불리는 세븐브로이는 다음 달 6일까지 회생 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실적 악화 끝에 지난해 6월 회생 절차를 개시한 세븐브로이는 회생 계획안 제출 기한을 연이어 미루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코넥스 시장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편의점 CU 수제맥주 매대에 진열됐던 세븐브로이 생산 '곰표 밀맥주'. /BGF리테일 제공

세븐브로이는 2011년 중소기업 최초로 제조일반면허를 획득하면서 국내 첫 수제맥주 기업으로 출범했다. 대한제분, 편의점 CU 등과 협업해 '곰표 밀맥주'를 출시하며 수제맥주 열풍을 주도했지만, 2023년 상표권 계약 만료 이후 경영난이 본격화했다. 회사는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91억원, 174억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브롱스를 운영하던 와이브루어리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와이브루어리는 서울 도심과 수도권 곳곳에 100여 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양재점, 광안리점 등 4곳만 남은 상태다.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과 협업한 전용 상품으로도 사업을 확장해 왔다.

수제맥주 업체 중 처음으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한울앤제주(276730)(구 제주맥주)도 경영 악화로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지난 2024년 더블에이치엠에 회사가 매각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반도체 검사 장비 기업 한울반도체가 최대 주주가 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케이파트너스1호투자조합에 최대 주주 자리가 넘어갔지만, 부동산 양수에서 잡음이 발생하며 결국 한울반도체가 회사를 다시 품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거래소는 회사에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다만 수제맥주 업황 부진 속에서도 IPO를 노리는 업체도 있다.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생활맥주'를 운영하는 데일리비어는 내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진주햄이 인수한 1세대 수제맥주 업체 '카브루' 역시 코스닥 상장 채비에 나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