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설 명절을 앞두고 정부가 물가 안정 강화 기조를 강화하면서 식품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식품 물가 안정 관리 당부와 함께 검찰의 설탕·밀가루 가격 담합 수사가 이어지면서 특정 품목이 아닌 식품 원재료 전반이 관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산지 생산부터 도·소매 유통까지 전 과정을 점검하며 가격 불안 품목에 선제 대응할 방침이다. 비축 물량 방출, 할인 행사 확대, 유통 단계 관리 강화 등이 담긴 설 명절 종합대책을 준비 중이다.
가공식품 관리 기조도 확대한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지난 22일 설 명절을 앞두고 가공식품 물가 안정을 위해 주요 식품업계와 간담회를 열었다. 가공식품 물가 부담 완화와 이를 위한 식품업계의 자발적 협력 방안,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방향 등을 논의했다. 물가 안정 필요가 커지면 추가 정책 수단도 검토한다는 게 농식품부의 입장이다.
사법당국의 수사도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밀가루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분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검찰은 밀가루 가격 인상 시점과 폭, 출하 물량 등을 사전에 협의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2일 대한제분(001130)과 사조동아원(008040) 전현직 대표이사 등 고위급 임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구속 여부와 별개로 수사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향후 형사 처벌과 공정위 제재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담합 행위에 대한 당국의 대응을 주문했다. 설탕이 먼저 수사 대상이 됐다. 검찰은 설탕 가격을 장기간 담합한 혐의로 CJ제일제당(097950)과 삼양 임직원을 기소했다. 수사 결과 약 4년간 3조2715억원 규모의 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번 수사가 설탕·밀가루에 국한되지 않고 설탕·곡물·유지류 등 주요 식품 원재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 상승의 구조적 원인으로 원재료 시장의 독과점과 가격 결정 구조를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물류비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규제·수사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가격 정책과 경영 전략 전반을 재점검하는 분위기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원가 부담과 수익성 악화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정부에서 담합 수사, 규제 등으로 압박하면서 가격 인상을 고려하기 어렵다. 지금은 내부적으로 감내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가격 통제가 길어지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재판과 공정위 처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기업들의 눈치 보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경기가 워낙 안좋고, 소비가 침체돼 있어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식품업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올해 하반기 숨통을 틔워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