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한파가 이어지면서 밥상에 오르는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저온에 취약한 과일·채소를 중심으로 시세가 오르면서 생산자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고, 이 여파가 소비자 물가로 전이될 가능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26일 서울 양천구의 한 전통시장 점포에서 과일과 채소류를 이불로 덮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4% 상승한 121.76을 기록하며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농림 수산물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3.4%포인트(p)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실제 이달 들어 깻잎·상추 등 잎채소와 사과·감귤 등 과일 가격이 급등하는 등 한파로 인한 수급 불안이 밥상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에선 기온 급강하가 반복되며 월동 작물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마트들은 이상기후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가격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는 깻잎·오이·상추 등 외부 날씨에 민감한 채소를 중심으로 스마트팜 재배 상품 판매를 확대했다. 이마트는 자체 프레시센터를 통해 농산물을 비축·관리하면서 겨울철 가격 급등에 대응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잎채소, 과일 등은 자연적인 환경에 워낙 민감한 품목이다. 냉해 피해로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며 "스마트팜 등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재배 기술들이 각광받고는 있지만 그런 기술들로 재배한 농수산물이 전체적인 가격 안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비중이 아니기 때문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외식업계도 한파에 따른 식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 원자재 가격 상승의 이중 부담을 겪고 있다. 특히 채소 등의 국내 생산 재료 가격 상승과 함께 커피 원두·밀·대두 등 수입 원재료 가격도 오르면서 외식업체들의 원가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톤당 7900달러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약 7% 상승했고, 환율 급등까지 겹치며 수입 단가가 올랐다. 축산물 시장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달걀 가격 상승과 고환율로 인한 수입 쇠고기 단가 인상이 맞물리면서 설 명절을 앞둔 외식업계 부담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고가 원재료 사용을 줄이거나 대체 식재료를 활용하는 등 원가 절감형 대응을 고려하고 있지만,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정부는 주요 식품업계와 간담회를 열어 설 명절 가공식품 물가 안정을 위한 협조를 당부하고, 수입 달걀 224만개를 긴급 투입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날씨, 환율 등 외부 변수 통제에는 제약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식 물가가 상승하면서 수요가 줄어 업계 전반적으로 타격이 있는 상황이라 가격 인상을 고려하기는 어렵다. 겨울철 시즌 메뉴 운영 등도 원가 압박에 소극적인 상황"이라며 "설 명절 이후에도 원가 압박이 우려돼 분위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