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김 수출액이 11억달러(한화 약 1조6115억원)를 기록했다. 김은 수산 식품 수출 1위 품목이다. 식품업계는 해외 시장을 겨냥해 김 스낵 등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 김 사업이 주목받는 세 가지 배경
2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액은 11억달러를 기록했다. 식품업계는 김 사업에 주목한다. 우선 김은 밀이나 옥수수, 코코아 등 국제 곡물 원자재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여기에 김 스낵, 간편식 등으로 가공할 경우 부가가치도 높일 수 있다. 원물 확보 이후의 경쟁력이 가공 기술과 브랜드, 유통 역량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김은 원물 자체보다 가공과 브랜드 경쟁력이 수익성을 좌우하는 품목"이라며 "원물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 식품사 입장에선 중장기 전략을 세우기 수월하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식품업계가 김을 주목하는 배경 중 하나다. 김 스낵은 저칼로리·비건·글루텐프리 수요에 적합한 식품으로 꼽힌다. 감자칩이나 초콜릿처럼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스낵 시장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입지를 다지기 수월하다. 케이(K) 푸드의 대명사인 라면·소스 등 조리 방식이나 식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품목보다 진입 장벽도 낮다.
정부의 수산식품 수출 지원 확대도 김 사업에 관심이 몰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수산물 해외 시장 개척 사업 예산을 전년보다 236억원 늘린 791억원으로 편성하고, 수출 바우처와 유망 상품화, 해외 마케팅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김 수출업체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시장 개척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서 김 사업을 검토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며 "실험적인 제품이나 신규 시장 진출도 비교적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 오리온 등 식품 대기업 속속 진출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식품 대기업들의 김 사업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오리온(271560)은 수협중앙회와 협업해 김 가공 합작법인을 설립해 김 스낵 사업에 나섰다. 기존 식품사업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김을 새로운 글로벌 수출품으로 검토한 결과다. 수협과 함께 원물 수급부터 가공·수출까지 직접 관리하는 구조도 구축하고 있다.
대상(001680)은 김을 글로벌 전략 품목으로 삼고 해외 생산과 현지화에 집중하고 있다. 조미김을 중심으로 현지 입맛에 맞는 제품을 생산·판매하면서도, 김을 간식·스낵류로 정의하는 데 힘을 쏟는 중이다. 현재 대상의 조미김 수출국은 미국, 일본, 태국 등 30개국이다. 특히 지난 2017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생산 공장을 설립해 현지 브랜드 '마마수카'로 시장 1위를 차지했다. 2030년까지 인도네시아 누적 매출 1조4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제일제당(097950)은 김을 스낵류로 분류해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자회사 CJ씨푸드의 지난해 매출 중 김의 비중이 어묵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의 김 소비력이 늘어나자 반복 구매가 가능한 가공식품 사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비비고 김 스낵을 앞세워 미국 김 스낵 시장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베트남에 김으로 감싼 형태의 과자 '비비고 김밥롤 스낵'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 외에 도시가스 사업을 주력으로 해왔던 삼천리(004690)도 지난해 조미김 제조업체 성경식품을 인수하면서 김 사업에 진출했다.
다만 김 산업의 외형적 성장과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기후 변화에 따른 원물 생산 변동 가능성, 김 스낵 제품 증가로 인한 경쟁 심화, 특정 국가 수요 의존도 등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김 수요가 늘면서 해상 양식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연중 생산이 가능한 육상 김 기술이나 원물 표준화 등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김 수요가 세계적으로 확대하면서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 제품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커질 것"이라며 "원산지 관리와 함께, 김을 활용한 가공식품 연구·개발과 브랜드 차별화 전략이 앞으로 김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