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271560)롯데웰푸드(280360)가 생크림파이 시장에서 맞붙었습니다. 오리온이 최근 '쉘위'를 출시하면서 롯데웰푸드의 대표 제품 '몽쉘'을 정면으로 겨냥하자, 업계에서는 50여 년 전부터 이어진 라이벌 구도가 재현됐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래픽=손민균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과 롯데웰푸드는 특정 제품이 히트할 때마다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을 출시(미투)하면서 맞불 경쟁을 50년 넘게 해왔습니다. 최근 그 경쟁에 불을 붙인 건 오리온입니다. 이번에 오리온이 선보인 신제품 '쉘위'는 자사 대표 제품 '초코파이 정(情)'에 넣는 마시멜로 대신 생크림을 넣은 생크림파이입니다. 롯데웰푸드의 '몽쉘'과 비슷합니다. 후발 주자 오리온은 묶음 구성 기준 쉘위 가격을 몽쉘보다 낮게 책정했습니다.

오리온과 롯데웰푸드의 미투 경쟁은 역사가 깁니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에 대해 '서로의 히트 상품을 가장 빠르게 따라가는 경쟁자'라고 할 정도로 주요 히트 상품 콘셉트를 따라 하는 사례가 반복됐습니다.

가장 유명한 건 '초코파이'입니다. 국내에서 초코파이를 먼저 내놓은 곳은 오리온입니다. 오리온(당시 동양제과)이 1974년 초코파이를 출시해 시장을 키우자, 롯데웰푸드가 유사한 형태의 초코파이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이후 초코파이 명칭과 포장·표현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당시 법원은 '초코파이'가 특정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 명사화된 표현이라고 판단했고, 소송전은 일단락됐습니다. 하지만 시장과 소비자 기억 속에 오리온이 초코파이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원조'로 인식됩니다.

이 같은 미투 전쟁은 계속됐습니다. 오리온의 '후레쉬베리'가 인기리에 판매되자, 롯데웰푸드도 유사한 콘셉트의 제품으로 경쟁에 나섰습니다. 비스킷 시장에선 롯데웰푸드가 대표 제품 '마가렛트'로 장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자, 오리온은 '마로니에'라는 유사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업계에선 두 회사에 대해 '서로를 가장 많이 베끼면서도 동시에 서로를 가장 많이 성장시킨 라이벌'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한쪽이 새로운 히트 상품을 연구·개발·출시하면 다른 쪽이 이를 빠르게 추격하는 구조가 반복돼 왔기 때문입니다.

오리온 초코파이(왼쪽)와 롯데웰푸드 초코파이. /각 사 제공

문제는 이런 경쟁이 시장 전체의 외형 성장을 이끌기보다는 기존 파이를 나눠 먹는 싸움으로 이어져 왔다는 점입니다. 몽쉘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파이 시장에 비슷한 유형의 제품이 늘어나도 시장 자체가 커지기보다는 브랜드 간 점유율 싸움이 반복되고 있을 뿐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보면 매출 공백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가격과 판촉 경쟁이 격화할수록 이익률 방어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불거진 '쉘위 vs 몽쉘' 대결이 업계에서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이 싸움이 국내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오리온이 국내 시장에서 쉘위의 반응을 살핀 뒤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오리온은 매출의 약 70%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고, 러시아·중국 법인 매출만 합쳐도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습니다. 롯데웰푸드도 인도 시장에서 초코파이를 앞세워 한때 점유율 90%에 육박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현재 쉘위는 국내에서만 판매되지만, 내수 시장에서 성과나 경쟁력이 확인될 경우 해외 확장 여부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진열대에서의 경쟁이 곧 글로벌 경쟁의 예고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성공한 포맷과 모델을 벤치마킹해 변주하는 방식이 생존 전략처럼 굳혀진 이유"라면서도 "소비자들에겐 누가 더 본인만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주는가가 승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내수 침체가 길어질수록 국내에서 맞붙은 브랜드들이 해외에서도 경쟁하는 흐름은 잦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