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외식 프랜차이즈와 예비 창업자들의 관심이 무인 매장, 소형 매장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중견·중소 프랜차이즈부터 대형 프랜차이즈까지 좌석을 줄이거나 무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임대료와 인건비 절감에 나섰다.

지난 5월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제78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2025'를 찾은 예비창업자가 무인라면자판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계 최초로 24시간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매장'을 도입한다. 지난 10월부터 20개 매장에서 시범 운영을 마쳤다. 내년부터 전국에 확대 도입할 예정이다. 주간에는 직원들이 상주해 일반 매장처럼 운영하고, 심야·새벽 시간대에는 무인 시스템으로 전환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인건비 등 추가적인 운영비용을 최소화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파리바게뜨 측은 설명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올해 시청역 11번 출구점, 여의도 IFC몰 스트리트점 등 5곳의 '테이크아웃 중심 매장'을 오픈했다. 테이크아웃 중심 매장은 좌석이 없거나 최소화한 형태의 매장이다. 현재 전국에서 20여 곳이 운영되고 있다. 매년 1~2곳씩 오픈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가장 많은 매장이 문을 열었다.

외식 프랜차이즈들도 면적 10~15평 안팎의 초소형 매장 창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버거 브랜드 '노브랜드 버거'는 기존 매장 대비 60% 수준의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한 15평 '콤팩트 매장'을 도입했다.

피자 프랜차이즈 파파존스도 일반 매장보다 33% 작은 규모인 소형 특화 매장 '그랩 익스프레스'를 선보였다. 그랩 익스프레스는 매장 면적을 줄이고 필수 설비인 화덕도 기존 2개에서 1개로 줄여 창업 비용을 낮췄다. 지난해 말 오픈한 파파존스 덕소점은 두 달 만에 파파존스 전체 매출 상위 25%에 진입하기도 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본아이에프도 라멘 전문점 '멘지'에서 평균 10평 내외의 소형 매장에서 2명이 운영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커피 브랜드 '이지브루잉커피'도 지난 19일 경기 화성시에 12평 규모의 소형 매장인 동탄목동점을 열었다. 길동우동은 본사 차원의 지원 프로세스를 체계화해 B급 상권 소형 매장에서 수익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 창업자들 입장에서는 인건비, 임대료를 줄일 수 있고, 은퇴 후 창업자가 많은 국내 환경에서 에너지가 덜 든다는 반응이 나온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소형 매장이나 무인 매장 등이 대박 나는 경우는 없지만 다른 창업 아이템보다 투자금이 덜 들어가고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어 편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다만 일부 소비자는 불편을 제기하기도 했다. 무인 매장의 경우 키오스크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응이 늦고, 소형 매장은 혼밥, 2인 좌석 위주로 가족 단위 외식은 어려워 아예 외식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 조성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소비자 불편을 개선해 나가면서 다양한 업종에서 무인, 소형 특화 매장 모델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현재는 카페나 테이크아웃이 편한 음식 위주로 매장 소형화, 무인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메뉴, 업종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