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이하 흑백요리사2)'가 공개되자마자 유통가에서 협업 상품을 속속 출시하는 분위기다. 흑백요리사1에서 협업 제품이 완판(완전 판매) 행렬을 기록하면서 '콘텐츠가 곧 매출'이라는 공식을 남겼기 때문이다. 쉐프와 레시피를 둘러싼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통·식품사(社)들이 우승자 발표 전부터 출연 셰프와의 협업을 서두르고 있다.
30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흑백요리사2 공개 이후 편의점·카페 등을 중심으로 출연 셰프와의 협업이 이어지는 추세다. 흑백요리사1은 프로그램 종영 이후 본격적으로 협업이 진행됐지만, 흑백요리사2는 우승자 발표 전부터 사전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편의점이다. 이마트24는 백수저 출연자인 손종원 셰프와 사전 단독 계약을 맺고 방송 공개 전인 지난달 26일부터 도시락·김밥·샌드위치 등을 선보였다. 스타벅스는 흑수저 출연자인 유용욱 바베큐연구소장과 협업한 '바베큐 투컷 비프 샌드위치'를 이달 초 일부 매장에 한정 출시했다. 1만45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기존 인기 샌드위치보다 최대 5배 이상 판매됐다. 점심시간마다 품절되자, 판매 매장을 5곳에서 10곳으로 늘렸다.
출연 셰프들이 프로그램에서 사용 중인 전용 팬트리를 제공하고 있는 CJ제일제당(097950)은 앞으로 셰프들과 레시피를 협업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매일유업도 출연 셰프와 컬래버 제품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속도전의 배경엔 흑백요리사1을 통한 학습 효과가 있다.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프로그램 종영 직후 우승자 권성준 셰프와 함께 '밤 티라미수'를 출시해 누적 250만개를 판매했다. 권 셰프와 협업해 출시한 롯데리아의 '나폴리맛피아 모짜렐라 버거'는 누적 판매량 600만개를 기록하면서 상시 메뉴로 전환됐다.
흑백요리사1 준우승자 에드워드 리 셰프와 협업한 맘스터치의 '에드워드 리 싸이버거' 메뉴 역시 사전 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완판됐다. 롯데마트가 최강록 셰프와 협업한 '나야 시리즈' 소고기 구이 상품도 출시 3개월 만에 12만개 이상 팔렸다.
업계는 흑백요리사 시리즈를 신뢰할 만한 지식재산권(IP)으로 보고 선(先)투자 전략을 택하고 있다. 블라인드 평가와 서바이벌 포맷이 만든 서사가 시청자들의 '응원 심리'를 자극해 셰프의 스토리가 담긴 제품을 자연스럽게 구매하도록 한다는 판단에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방송을 보면서 생긴 '원픽(여러 후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한 후보)'에 대한 마음이 구매로 이어진다는 게 흑백요리사가 보여준 성공 공식"이라며 "방영 초반에 시점(타이밍)을 놓치면 효과가 줄어든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프로그램 종영 전이지만 사전 협업이 많아지는 분위기"라고 했다.
특히 업계에선 흑백요리사1이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을 넓혔다면, 흑백요리사2는 콘텐츠에서 구매로 이어지는 경로를 더 공고히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글로벌 시청자를 공략해 K(케이) 푸드의 해외 확장을 노린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흑백요리사2는 넷플릭스 서비스 운영 93개국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해외 시장에서의 입지나 브랜드 인지도 확장 차원에서도 사전 협업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협업 제품이 '반짝 인기'로 끝나지 않도록 장기 판매를 염두에 둔 기획과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며 "방송 이후에도 온라인·SNS(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을 통해 협업 제품의 맛과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때 K푸드 시장 확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