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송년 모임을 준비하는 모습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외식 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식당 대신 집에서 모임을 하는 '홈파티'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 식품업계는 조리 편의성을 넘어 맛과 비주얼 등 완성도까지 끌어올린 프리미엄 간편식으로 연말 수요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24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연말 홈파티용 간편식 수요가 늘면서 집에서도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메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만으로 조리할 수 있으면서도, 여럿이 함께 나눠 먹기 좋은 구성과 비주얼을 갖춘 제품이 선택받는 추세입니다. 간편식의 역할이 '끼니 해결'에서 '모임을 완성하는 음식'으로 확장하고 있는 셈이죠.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프리미엄 간편식은 피자·파스타 등 연말 모임용 음식을 넘어 유명 셰프들과 협업한 특별 요리까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랜드팜앤푸드가 선보인 '애슐리 홈스토랑' 냉동피자 시리즈입니다. 이랜드팜앤푸드에 따르면 이달 1~23일 이 시리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했고 올해 누적 판매량은 700만개에 달했습니다.
면·소스 전문 기업 면사랑은 통 모차렐라 치즈를 올린 냉동 파스타 시리즈 제품으로 홈파티 수요 공략에 나섰습니다. 하림(136480)은 '더 미식' 브랜드를 통해 파스타와 함박스테이크 등 외식 메뉴형 간편식을 선보였습니다. 찜닭·닭볶음탕·오리두루치기 등 해동 후 냄비에 붓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반조리 간편식까지 선택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유명 셰프의 이름을 내건 프리미엄 간편식도 인기입니다. 특별한 날에 직접 식당에 가야만 먹을 수 있었던 메뉴를 집에서 파티 느낌이 나는 음식으로 선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CJ제일제당(097950)과 협업한 정지선 셰프의 '고메 새우하가우' 신제품과 마켓컬리의 RMR(레스토랑 간편식) 제품 '이연복 셰프의 목란 짜장면·짬뽕'이 대표적입니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이연복 셰프 RMR 제품 매출은 이날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습니다.
이처럼 홈파티가 연말연시 모임의 대세가 된 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외식 비용 부담이 커진 탓입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7.20(2020년=100)으로 전년 대비 2.4% 올랐습니다. 생활물가지수도 2.9% 올랐고, 외식 물가도 2.8% 뛰었습니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이 단순 연말 특수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홈파티가 일회성 대안이 아니라 하나의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간편식 역시 '싸고 빠른 음식'이 아니라 '분위기를 완성하는 음식'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식 물가 부담과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연말 모임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분위기를 살리는 홈파티가 대안이 된 것"이라며 "고물가 시대지만, 소비자들이 지출을 완전히 줄이기보다는 방식을 바꿔 만족도를 유지하려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